고발인 이의신청도 못하는데…의사소통 장벽에 막힌 장애인학대 수사

전문기관 고발 424건 중 63건 불송치…수사심의도 기각
이의신청권 일부 회복…전문기관 포함 여부 불투명

(서울=뉴스1) 소봄이 권진영 기자

#.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폭행한 것으로 의심됐지만 경찰은 피해자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했다.

#. 지인이 피해장애인의 수급비를 착취한 것으로 의심된 사건도 피해자와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불송치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수사심의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장애인학대 전문기관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피해자를 대신해 고발했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증거 부족 등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송치 결정에 대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직접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2022년 9월 시행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발인의 불송치 이의신청권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피해 사실을 진술하거나 고소하기 어려워 제3자의 조사와 고발을 통해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자를 대신해 사건을 조사·고발한 전문기관마저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수 없어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2022년 9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고발한 사건은 총 424건이었다.

이 가운데 261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63건은 불송치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고발한 424건 중 약 14.9%가 불송치된 셈이다. 나머지 100건은 수사 중이거나 취하·수사중지된 사건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설치된 장애인학대 전문 대응기관이다. 장애인학대 신고를 접수해 현장 조사와 피해자 면담 등을 진행하고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고발한다.

불송치 사례는 피해장애인 명의의 통장·카드 사용과 상속재산 처분 등 다른 경제적 착취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발달장애인 등 피해자가 직접 불복 절차를 밟기 어려워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을 뿐, 불송치 결정에 직접 이의를 신청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통계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고발한 사건만 취합한 것으로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 등이 직접 고소·고발한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체 고발사건의 송치·불송치 현황은 관리하지만 장애인학대 사건 여부나 고발 주체별로는 별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학대 사건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전체적인 실태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폐지됐던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일부 회복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경우 등 일정한 고발인에게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대상 범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처럼 피해자를 대신해 사건을 조사·고발하는 전문기관이 이의신청 대상에 포함될지는 향후 대통령령 마련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피해자의 의사소통 어려움이나 피해자 진술 외 증거 부족 등이 문제가 된 사례를 보면 장애인학대 사건에서 전문기관의 지속적인 조력이 왜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리구제 범위를 정부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지 않도록 국회가 철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