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까지 나왔는데 왜 못 잡나…두 달째 오리무중 연세대 '알몸 복면남'

첫 범행서 남성 DNA 확보…수형·구속 이력 없는 듯
8월 범행 증거물 감정 대기…일치 땐 동일범 추적 단서로

연세대 언더우드관.(연세대 제공) ⓒ 뉴스1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인근에서 나체에 복면을 쓴 이른바 '알몸 복면남'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강제추행 등 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은 첫 사건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첫 범행 피해 여성의 옷가지 등에서 남성의 DNA를 확보했지만 대조 결과 과거 살인·강도·성폭력 등 법률이 정한 범죄로 수형됐거나 구속된 피의자들의 DNA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일치하는 자료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최근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해 첫 사건 DNA와의 동일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현장 주변의 최근 두 달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다시 훑으며 용의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강제추행 및 공연음란 혐의를 받는 신원불상의 남성 A 씨를 추적하고 있다.

A 씨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첫 범행은 지난 6월 12일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산책 중 산속에서 맨몸으로 복면을 착용하고 숨어 있던 남성이 뒤에서 껴안고 도주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옷가지 등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확보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남성의 DNA라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수사기관이 보유한 정보와 일치하는 자료가 없어 신원은 밝혀내지 못했다.

DNA가 나왔다고 곧바로 용의자의 인적사항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을 통해 성별이나 부계 계통 등을 파악할 수 있지만 신원을 특정하려면 현장 DNA와 일치하는 인적 정보가 수사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

해당 데이터베이스에는 모든 국민의 DNA가 아닌 법률이 정한 범죄의 수형인과 구속 피의자 등의 정보만 제한적으로 등록된다. 즉 A 씨는 과거 살인·강도·성폭력 등 대상 범죄로 수형됐거나 구속돼 DNA를 채취당한 전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 씨의 범행으로 의심되는 첫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신고가 이어졌다. 지난 7월 21일에는 나체에 복면을 쓴 남성이 수풀에 숨어 있다는 공연음란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9일 오후 10시 10분쯤에는 무악학사 인근에서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이 여성을 강제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사건 피해 여성의 옷가지 등에서 확보한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해 결과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DNA가 지난 6월 현장에서 나온 DNA와 일치하면 두 강제추행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다.

용의자의 신원이 바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건을 하나로 묶어 CCTV와 목격자 진술, 범행 전후 이동 경로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셈이다.

범행이 발생한 산책로.(독자 제공)2026.8.22 ⓒ 뉴스1 권준언 기자

경찰은 DNA 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범행 현장 일대의 최근 두 달간 CCTV 영상을 분석해 A 씨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연세대와 안산 일대 지리에 밝은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가 나체에 복면을 쓴 채 범행한 뒤 인근 야산으로 달아난 만큼 주변에 옷을 숨겨뒀다가 갈아입었거나 CCTV가 없는 길을 골라 이동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현장 주변은 CCTV가 드문 데다 범행 시간대가 어두워 확보한 영상에서도 A 씨의 체형 등 구체적인 인상착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한 강력계 형사는 "복면을 준비한 채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범행을 반복했다면 단순 우발 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범행마다 도주 경로를 달리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면 용의자를 특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