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식용 얼음' 판매 20~30% 늘었지만…웃지 못한 얼음시장
카페 아이스 음료 주문 증가 영향…편의점 컵얼음 판매도 급증
생선 물량 감소에 수산용 얼음 특수 실종…상인들 부담만 커져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얼음 빨리 줘!"
29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수산시장. 생선 좌판 사이로 손수레에 실린 얼음 포대가 시장 골목을 가로질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도로 예상되면서 상인들의 얼음 재촉도 이어졌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카페와 편의점 등에 납품되는 식용 얼음 수요는 크게 늘었다. 반면 수산물 보관용 얼음은 생선 물량 감소와 소비 부진이 겹치며 기대했던 만큼의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등 같은 얼음도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청량리수산시장에서 '강북얼음'을 운영하는 김 모 씨(60대 후반)는 "칵테일 얼음처럼 식용 얼음 판매는 지난해보다 20~30% 정도 늘었다"며 "카페에서 아이스 음료 주문이 늘면서 자체 제빙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칵테일 얼음을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식용 얼음 수요 증가는 편의점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1~12일 얼음컵 판매량은 100만 개를 돌파했다. CU와 세븐일레븐도 얼음컵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3%,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김 씨는 "폭염으로 얼음이 더 빨리 녹아 수산시장에서 추가 주문이 자주 들어온다"면서도 "생선 물량이 줄고 경기도 좋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예년만큼 장사가 안된다. 주문 횟수는 늘어도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청량리수산시장에서 얼음을 판매하는 이춘수 씨(57)도 "생선이 많이 들어와야 얼음도 많이 팔린다"며 "올해는 태풍 영향 등으로 생선 반입량이 줄어 작년의 절반 정도밖에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빙공장에서는 납품 단가를 올려달라고 하지만 우리도 손님들에게 얼음값을 올리면 장사가 더 안돼 밥도 못 먹고 산다"며 "가격도 못 올리고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올여름은 유난히 배고픈 시절"이라며 "차라리 6월 장사가 지금 폭염 때보다 나았다. 태풍이 지나가면 고기가 잡혀 수요가 좀 오르지 않겠냐"고 했다.
통상 생선 물량이 많고 폭염까지 겹치면 얼음 수요가 크게 늘지만, 올해는 생선 반입량 자체가 줄면서 폭염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산시장 상인들도 얼음을 더 자주 갈아 쓰고 있지만 생선 판매가 부진해 부담만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청량리수산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오 모 씨(65)는 "생물은 얼음이 생명이라 폭염에는 얼음을 더 자주 갈아줘야 한다"며 "오전에는 괜찮은데 오후만 되면 시장 안이 후끈후끈해져 얼음이 금방 녹는다"고 말했다.
오 씨는 "요즘은 하루에 얼음 6포대 정도를 쓰는데 손님이 없어 얼음값도 안 나올 정도"라며 "휴가철이라 손님도 줄고 상인들도 물건을 예전만큼 들여오지 않는다. 얼음은 더 쓰는데 장사는 안되니 부담만 커진다"고 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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