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밀 유출→물갈이 '반복'…"경찰 내부 통제 강화 시급"
장윤기 증거인멸 의혹·강남서 기밀 유출 등 잇달아
"스크리닝 등 시스템 보완 필요…수사권 논의는 별개"
- 이세현 기자,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권준언 기자 = 수사 기밀 유출 의혹으로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 인력이 전원 교체된 데 이어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부친의 증거인멸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경찰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의 시행으로 경찰 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지만,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느냐"는 여론이 비등해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의 내부 통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전날(7일) 장윤기 아버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를 발견해 압수 조치했다. 이 케이블타이는 앞서 광산경찰서 수사팀이 장윤기의 SUV 차량 내부에서 발견하고도 증거물로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장윤기의 '납치 후 성범죄 목적'의 범의를 증명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 아버지에게 돌려준 SUV 차량을 압수해 정밀 감식도 맡길 예정이다.
올해 경찰이 비위 논란이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수사 무마 의혹에 휩싸인 서울 강남경찰서의 형사·수사 인력이 전원 교체된 바 있다. 수사팀장이 인플루언서 양정원 씨 남편 이 모 씨에게 주가조작 사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경찰관들은 현재 감찰과 수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비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 내부에서 사건을 보다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점검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나 불이익 등 통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압수수색이나 영장 집행 전후 사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별도의 스크리닝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최종 수사 처분 이전에 제3자의 시각에서 사건을 점검하는 내부 심의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과거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었지만 실효성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이나 미국처럼 파견을 통해 검사와 경찰이 함께 스크리닝을 진행하는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 비위들이 '지역적' 특성에서 기인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강남의 경우 유흥가가 몰려있는 특수성이 있고, 지역 경찰은 상호 유대감이 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지방에서의 연고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는 있지만 검찰도 지역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핵심은 특정 조직 문화와 내부 통제의 문제이지 경찰 조직만의 특수성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고 쳐도, 그 수사를 맡게 되는 것도 그 지역 검찰 수사관"이라며 "지역에 오래 살다 보니 생기는 문제는 경찰이나 검찰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광산서 등 특정 경찰서의 왜곡된 문화가 있다면 다 쪼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현직 경찰 간부도 "직접 피의자를 대면하고 10일이라는 구속 수사 시간에 쫓기다 보면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렇다고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가 답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을 경찰의 고질적인 '봐주기' 문제로 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검찰도 김학의 별장 성 접대 의혹,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이 있었다"며 "소위 '암장' 사건은 검찰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윤기 사건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됐지만, 앞선 의혹들은 처분이 모두 끝나고 한참 뒤에 밝혀져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정권이 바뀐 후에야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면서 경찰만의 문제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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