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사흘 전 폐업 통보" 여행사 대표, 사기 혐의 입건
폐업 앞두고도 예약 접수…"처음부터 돌려막기" 의심
여행사 대표 "제 잘못…피해 복구 위해 최선 다할 것"
- 권진영 기자,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신윤하 기자
화도 나고 벙쪘죠…결혼식이 4월 26일이고 27일부터 신혼여행인데,폐업 통보 받은 날짜가 24일이었거든요.
지난해 여름부터 이탈리아 신혼여행을 계획해 온 예비 신랑 A 씨(30대)는 출국 사흘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계약을 맺었던 H여행사가 폐업하기로 한 것이다. 항공비와 현지 투어 패키지를 포함해 총 800여만 원이 들어갔지만 환불은 받지 못했다. 이들은 결국 두 배 상당의 돈을 들여 급하게 새로 여행 계획을 짜야 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 씨와 같이 H여행사 파업으로 신혼여행비를 날린 예비부부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70여 쌍에 이른다.
취재진이 접촉한 예비부부 6쌍은 대체로 빠르면 4월 24쯤부터 30일 사이 폐업 소식을 전달받았다. 사업이 기울어진 것이 확실해진 상황이었지만 여행사는 4월 18일에도 신규 고객의 예약을 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여행사 웹사이트에는 5월 22일 기준 여전히 폐업에 관한 고지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피해자들은 여행사가 신규 고객의 여행 대금을 먼저 접수한 고객들의 경비 또는 환불 자금으로 쓴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예비 신랑 B 씨(20대)는 "4월 30일 대표에게 폐업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여행 경비로 약 960만 원을 지불했으나 항공편도, 현지 투어사에도 예약이 안 돼 있었다"고 했다.
B 씨는 "계약 당시엔 5월이 되면 (경비가) 더 비싸진다. 하루라도 빨리 비행기 티켓만이라도 발권을 해야 한다더니 발권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그 역시 환불받지 못한 채 경비의 두 배를 들여 새 여행을 계획해야 했다.
그는 "그때도 신규 계약을 받고 있다는 게 애초에 사기 칠 생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처음부터 제 돈으로 돌려막으려 했다는 소리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화점 박람회를 통해 해당 여행사를 알게 된 예비 신부 C 씨(30대)는 "3월 말쯤 잔금을 치렀다. 카드로 지불했는데 취소도 안 된다고 했다"며 "돌이켜 보면 잔금을 결제할 때 여행사 측에서 계좌이체를 하도록 계속 유도했다"고 말했다.
C 씨는 "그때부터도 폐업할 조짐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런 고지 하나 없었다"며 "그랬다면 잔금 유도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조치를 해야 했다"고 허탈해했다.
뉴스1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여행사 대표 이 모 씨는 "저희 돈을 받고 (항공비 등을) 결제 안 하고 회사를 위해 막으려고 사용하신 것 아니냐"는 피해자 측 물음에 "그렇게 말씀하셔도 틀린 얘기는 아니고"라고 답했다.
피해자 측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광진경찰서·방배경찰서 등에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대표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돌려막기 의혹에 대해 "운영 자금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갔던 것은 맞다"라면서도 "여행사들이 다 힘든 상황이다"라고 고의적 사기 의혹은 부인했다.
이어 "(이란·이스라엘) 전쟁 때문에 취소 건이 더 많았고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폐업) 결정이 났다. 제가 운영을 잘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피할 생각은 전혀 없고, 소송을 하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여행사 측은 "4월 말 폐업 신고를 했다"며 "신규 예약은 받지 않고 있고, 남아 있는 분들 보증보험 처리 및 피해 복구 관련 안내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단 보증보험의 경우 가입 한도가 2억 원에 불과해 수십억 원대로 추산되는 피해액을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특별시 관광협회는 해당 여행사에 대한 채권 신고를 공고하고 등기우편을 통해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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