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대신 뺏긴 아이 사진…해외입양 피해 친모들 "국가 조사 촉구"
"허락 없이 입양, 누가 보냈나"…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 신청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아이가 길에 버려진 채로 쓸쓸히 죽게 만든 게 누구인지, 그게 행복이라고 허락 없이 입양 보낸 게 어떤 사람의 판단인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 해외 입양으로 자녀를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이들의 품속엔 카네이션 대신 자녀의 사진 액자가 들려 있었다.
해외 입양의 피해자들 김길순·김은순·이귀임·이응순·이애리라나 씨는 이날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앞선 기자회견에선 "국가가 아동 탈취 입양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망한 딸의 사진을 들고 선 이애리라나 씨는 "제 딸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처절했다"며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알고 싶은데 알려주는 데가 없다"며 오열했다.
이 씨는 1993년 출산 일주일 만에 딸 박미애 씨가 사망했다는 동방사회복지회의 통보를 받았지만 10여 년 만에 딸이 미국 미네소타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박 씨는 입양 가족과 불화로 집을 나와 살다 2023년 4월 8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박 씨가 사망한 날은 그가 재판을 통해 자신의 성 씨를 'Park'으로 변경한 다음 날이었다.
1976년 홀로 만 5세 아들 전순학 군을 키우다 잃어버린 김은순 씨는 수십 년간 전국 보육원을 찾아다녔다. 2014년 전주 고아원에서 다른 이름 아래 괄호로 적힌 '전순학'을 발견했지만 시설이 이름을 바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전 군을 미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TRACE 해외입양·아동권리 진상규명 연대는 △아동 탈취·불법입양 사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수조사와 진상 규명 △입양 기록을 열람하지 못하는 모든 해외입양인에게 즉각적 기록 접근권 보장 △피해 어머니와 해외입양인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및 배상 △해외입양 및 시설 피해 조사를 위한 전담 기구 설치 △생존 피해 어머니와 자녀 간의 상봉 지원 체계 즉각 구축 등을 촉구했다.
연대는 "입양 기록마다 어머니들은 가출했거나, 아이를 놓고 떠났거나, 병원에 유기했다고 적혀 있지만 모두 위조된 기록"이라며 "딸을 유괴당한 시장 자리를 40년 넘게 지킨 어머니도 있었고, 아들을 찾지 못한 절망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어머니도 있었다. 국가와 입양기관이 만든 거짓 기록이 어머니를 죄인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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