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논쟁 결론낼 '권고안' 보름 앞으로…"찬반보다 제도보완"
성평등부·교육부·법무부·복지부 범부처 포럼 열어
"하향찬반 프레임 전환 필요"…'제도 검증'에 무게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연령조정만으로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연령 하향 찬반 구도에서 벗어나 소년비행 및 범죄예방 정책 전반의 문제로 논의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위한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포럼은 이재명 대통령이 두 달 시한을 달아 지시한 정부 차원의 첫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해 지난 달 1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성평등가족부·교육부·법무부·보건복지부·경찰청·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최로 마련했다.
배 연구위원은 "1차 포럼 등에서 엄벌화 일변도가 아니라 신속한 개입, 관리의 효율화, 교육과 복지 확대, 지역사회 연계, 피해자 권리 보장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했다"며 "이는 형사미성년자 제도의 핵심 문제가 연령보다 제도의 작동 방식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촉법소년 연령 논의 쟁점은 현행 생일이 지난 중학교 2학년 학생(만 14세)부터 적용하는 형사처벌 기준을 만 13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최근 소년 범죄가 흉포화하고 있는 데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형사 처벌이 가능한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면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일부 인식과 달리 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에 준하는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은 2년 이내 기간 소년원에 수용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호욱 방학중학교 학교폭력책임교사는 "보호처분이든 형사처벌이든 절차가 끝났다고 학생들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교정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촉법소년이 학교로 복귀했을 때 학교 현장은 아무런 준비가 없이 그들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돌아온 학생들을 학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교육해야 되는지에 대한 지원 제도는 사실 굉장히 부족하다"며 "학생들까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복지, 교육 부처 간의 제도적 지원이 촘촘히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실장은 "더 이상 하향 논의에 매몰되지 말고 소년전문법원 설치나 소년보호담당 인력을 확충하는 것, 경찰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조사 제도를 마련하고 회복적 사업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 등 조사 단계부터 처분 집행 단계까지 개선 과제를 적극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조기에 아이들을 낙인과 재범의굴레로 밀어넣는 위험한 선택"이라며 "가해아동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은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성폭력 범죄 증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필요성의 주요 논거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런 엄벌주의로는 성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성폭력을 굉장히 극단적이고 심각한 범죄로 한정하는 인식을 확산해 범죄 증명력을 아주 높이기 때문에 통상 증인이나 증거가 없는 성폭력 사건의 처벌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실효성과 형사사법 정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혜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지금 보호처분 사건은 법원이 결정하면 끝나기 때문에 타당성에 대한 판단 과정이 전혀 없다"며 "가해자 입장에서도 자신에 대한 처분이 굉장히 공정하고 엄중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는 인식을 만들어줘야한다"고지적했다.
이어 "국민 대다수가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데 국민들이 제대로 모른다기보다는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며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에게 면제부가 주어지지 않도록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은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에 대해 범죄의 경중을 불문하고 경찰서장이 모든 사건을 소년부에 송치하도록 규정한다"며 "사건 초기 단계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의 조사 권한을 명확히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참석한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촉법소년이라는 단어 뒤에는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환경을 (국가가) 충분히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며 "처벌 그 이상의 교화와 회복이라는 공동체의 해법을 찾는 공론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정서적 어려움, 학업 장애, 불우한 가정 환경 등 요인으로 비행을 저지르다 범죄에 빠지는 청소년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육부는 학생들이 어두운 길로 가기 전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촉법소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중한 처분인장기·단기 소년원 송치 처분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우려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면서도 "어린 소년을 성급하게 범죄자로 낙인찍을 경우 오히려 재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교육과 사회복귀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포럼 이후에도 공론화 절차를 이어간다. 성평등부는 이달 10일부터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오송과 서울에서 시민참여단 200여 명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평등부는 오는 30일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마무리하고 지난 두 달간 내·외부 공론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종합한 정부 권고안을 만들어 국무회의에 제출한다.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과 관련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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