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안 들어가면 애 큰일 나"…중증 환자 울리는 '주사기 수급 불안'
온라인서 일부 주사기 품절…환자 보호자·반려인 우려
정부 "재고 문제없어, 유통 문제…사재기·매점매석 행정처분"
- 신윤하 기자,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아기한테 약품을 주입하려면 5㏄ 주사기가 꼭 필요한데 어제부터 품절이에요. 이 약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기는 사망합니다."
중증 희귀 질환을 가진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조 모 씨(36·남)는 전날(6일) 의료용품 업체로부터 5㏄ 주사기 품절이 시작됐단 연락을 받고 당황했다. 아이의 간병을 위해선 매일 5㏄ 주사기로 약품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5㏄ 주사기를 파는 다른 사이트들을 하루 종일 뒤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다른 곳도 모두 품절이었다. 조 씨는 "평소 5㏄ 주사기는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으로도 구하기 매우 쉬워서 보호자들이 마음을 놓고 있던 상품이고 지난주까지도 이렇게 난리는 아니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사태의 여파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사기 등 의료용품들의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재고를 쌓아둔 대형 병원보단 개별적으로 주사기를 사서 간병해야 하는 시민들이 먼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가정에서도 매일 주사기로 투약해야 하는데 평소 주사기를 구매하던 온라인상에서 재고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증 환자나 반려동물을 간병하는 일반 시민들이 주사기를 구입하는 온라인상에서 이미 품절이 시작됐다. 실제로 대다수의 판매 사이트에서 주사기가 품절돼 최대 3~5개월까지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단 공지를 띄우고 있다. 아직 재고가 남은 판매처는 가격을 올렸다. 100개 1만 원대였던 5㏄ 주사기가 5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뇌전증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최 모 씨(43·여)는 액상 약을 정확한 양으로 먹이기 위해 사용하던 일회용 주사기가 품절돼 당황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 씨는 "1만 원 정도 했던 주사기 한 박스가 5만~6만 원에 팔리는 걸 봤다"며 "어제 급하게 5박스를 주문했더니 결국 오늘 취소됐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공급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매일 투약하는 약에 환자의 생명이 달린 보호자들은 구할 수만 있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미리 주사기 물량을 확보하고 싶은 심정이다.
희귀 질환 아이를 둔 김 모 씨(38·여)는 "중증 환자들의 경우엔 24시간 365일 필요한 의료용품이 있다"며 "주사기가 없으면 병원에 가서 입원까지 해야 하거나 약품 투여가 안 되는 초유의 사태엔 아주 큰 일이 날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호자들은 평소엔 쿠팡, 네이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던 게 주사기이다 보니 이번 주부터 본격화된 품절 대란이 더욱 당황스럽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평상시에는 늦어도 3~5일 내로 배달이 되던 게 주사기인데 다들 불안해서 사재기하고 있고, 이 상황이 길어지면 병원 교수님과 상의해야 할 것 같다"며 "아이가 다니는 병원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간병에 필요한 의료용품들을 미리 구비해두라고 보호자들에게 귀띔했다"고 전했다.
아픈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 1일 2~3회씩 피하 수액을 놓아야 하는데 주사기와 나비침이 품절되고, 그나마 파는 사이트들은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렸기 때문이다.
신부전 말기의 반려묘에게 매일 피하수액을 놓는 30대 서 모 씨는 "50㏄ 주사기를 사용할 때는 1일 2회 투약하면 됐는데 대란이 일어나면서 주사기를 구하기 힘들어져 예전에 사둔 30㏄ 주사기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며 "30㏄ 주사기로는 1일 3회 약품을 주입해야 하는데 남은 재고로는 한 달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씨는 "나프타가 원재료인 제품들 목록이 알려진 이후 체감상 두 배는 우스울 정도로 주사기 가격이 올라 대란을 체감하고 있다"며 "돌보고 있는 고양이 목숨이 달린 문젠데, 물건을 쥐고 가격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중간 업자들에게 정부가 법의 무서움을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려동물에게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방법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사용한 주사침은 버리고 주사기에 새 주사침을 꽂은 후 일회용 봉투에 담아 냉장 보관하라'며 게시물을 올렸다.
지금 당장 주사기 재고가 없는 건 아니라는 게 정부 당국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각 병원이 통상적으로 주사기 재고 한 달분, 주사침은 재고 석 달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산 라인에도 1~2개월가량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주사기 재고가 아직 넉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향후 단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매일 재고를 확인하고 있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은 재고가 없는 게 아니라 중간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날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주사기의 경우에 일부 온라인상에서 품절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도 유통 업자들의 매점매석 행위가 의료용품 수급 불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나프타 국내 생산 비중이 55% 정도이고 원유 부산물인데 원유보다 공급이 부족한 것은 이상하다"며 "일부 유통업자들의 매점매석 행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 주사침 등 6개 품목의 생산·공급 상황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사재기와 매점매석 등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면 행정처분을 내리겠단 방침이다. 주사기와 주사침 등에 대해선 나프타 우선 공급을 추진 중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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