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물량 일주일 만에 동났다"…'나프타 쇼크'에 종량제봉투 쟁이기
비닐 원료 공급 절반 '뚝'…공장 멈추고 납기 한 달 지연
"재고로 버텨, 4월 더 심각"…정부 "당장 수급 문제 없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종량제봉투와 비닐류 등을 미리 사두려는 이른바 '쟁이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원료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종량제봉투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인당 3개로 구매 수량이 제한돼 깜짝 놀랐다", "원하던 용량이 없어 낱장으로 사 왔다. 다들 있을 때 쟁여놔라", "아기 있는 집이라 불안해서 기저귀 5박스와 종량제봉투 50장 구매했다" 등 상황을 공유했다.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홈페이지에 "최근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부터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품절 또는 출고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편의점 등 유통 현장에서는 수요 증가가 감지됐다. 종로구의 한 편의점 업주 김 모 씨(40대·남)는 "요즘 한 번에 많이 사 가는 손님들이 있다"며 "20장 묶음을 서너 개씩 사가서 발주 주기도 이전보다 더 짧아졌다"고 밝혔다.
종로구와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55·남) 역시 "기존에는 한 달 가까이 가던 물량이 지금은 발주 넣은 지 일주일 만에 다 소진됐다"며 "10리터 종량제봉투는 이미 다 나갔고 현재는 75리터 용량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비닐 제품 생산 현장에서는 원료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인근에서 비밀 가공업을 하는 강 모 씨(58·남)는 "나프타(납사) 계열 원료 공급이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일부 공장은 가동을 멈추거나 절반도 못 돌리는 상황"이라며 "보통은 일주일이면 들어오던 원단이 지금은 한 달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원료가 없어 봉투 자체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3월에 발주해도 4월 중순 이후를 봐야 할 정도로 납기가 밀리고 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생돈 나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재기는 물건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지, 지금은 물건 자체가 부족하다. 거래처에서도 가격이 오르기 전 물량을 확보하려 하지만 공급이 어려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비닐 제품 제조업체 대표 김 모 씨(70·남)도 "원료인 나프타가 없어 공장에서 물건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10개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5개도 생산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는 남아 있는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4월이 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거다. 있는 거 다 팔고 나면 손가락 빨아야 한다"며 "기존 단가로는 공급이 어려워 이전 가격으로 들어온 주문도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중동 상황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과 관련해 즉각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예전에는 4월 초에 관련 공정이 가동 중단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현재는 4월 하순이나 5월까지 수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대응 등을 통해 수급에 문제없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공급망지원센터를 가동해 생활과 밀접한 30~40개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업계 애로를 파악할 방침이다. 서울시도 종량제봉투 생산과 유통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으며, 환경당국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재고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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