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환전소 차려놓고 돈세탁 보이스피싱 조직…펜트하우스 호화생활

가상자산 테더로 바꿔 해외 송금…'귀금속 환치기' 시도
경찰, 19명 검거·4명 구속, 60억 압수…총책은 국제 공조수사 추적 중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을 가상자산으로 세탁한 조직이 검거된 가운데 19일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압수된 현금과 금·은 등 범죄수익을 공개했다.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을 가상자산으로 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9일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자금세탁 조직 총책 A 씨(46·남) 등 19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죄로 편취한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해외 조직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세탁하고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부부 및 친인척 관계로 구성된 가족형 자금세탁 조직으로, 지난해 5월부터 서울 명동 일대 오피스텔에 간판도 없는 미신고 가상자산 업체와 환전소를 차려 범행을 이어왔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현금을 넘기면 이를 즉시 가상자산(USDT)으로 환전한 뒤 해외 조직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러한 방식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는 지난 1월 14일 "배달하는 물품이 마약으로 의심된다"는 112 신고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신고자 B 씨(48)가 '저금리 대환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금 1000만 원을 전달하려는 1차 수거책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후 전달책을 검거하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조직을 운영하던 총책 A 씨와 자금 관리책까지 추적해 체포했다. 이어 환전책과 공범 등을 잇따라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명동 소재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 해 현금 40억5000만 원, 금 5억원 상당 골드바, 은 15억원 상당 등 총 60억 원 규모의 범죄 수익을 압수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금·은값 상승을 노려 해외에서 국내 법인을 통해 귀금속을 수입하는 것처럼 가장한 뒤, 가상자산으로 귀금속 대금을 결제하고 이를 다시 금으로 수출하는 방식의 '귀금속 환치기'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단서에 대해 "자금세탁책 C 씨가 지난해 12월 초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오토바이로 현금 4억 원을 운반하던 중 5000만원을 시내 한복판에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부경찰서가 자금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 서와 공조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노후 자금과 내 집 마련 자금, 결혼 준비 자금 등을 잃고 일상이 무너졌지만, 조직원들은 한강 조망의 100억 원대 아파트와 수십억 원대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총책 A 씨에 대해 "수사 초기에는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나 신원을 특정한 이후 이미 출국한 상태였다"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공조를 통해 여권 무효화 조치에 나섰고 소재 국가도 확인되는 만큼 신속히 검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해당 총책에 대해 국제 공조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가상자산 거래 내역과 자금 흐름을 추가로 분석해 공범을 추적하고 범죄수익 환수에 나설 방침이다. 추가 범죄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신청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