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조사로 증거인멸 했나"…로저스 쿠팡 대표가 받을 경찰 질문들
첫 경찰 조사…셀프조사 경위 및 증거인멸 여부 의문점
"3000만건이 3000개로"…자체 조사 결과 왜곡 발표로 수사 방해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 막바지에 접어든 경찰이 30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쿠팡 자체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 이뤄졌는지를 두고 고강도의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로저스 대표는 지난 21일 국내에 입국했으며, 30일 경찰에 출석할 전망이다.
앞서 5일과 14일 두 차례의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로저스 대표는 세 번째 출석 요구엔 응하겠단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경찰 수사에서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 마지못해 응한 모양새다.
쿠팡을 둘러싼 의혹은 셀프조사를 통한 증거인멸, 고(故) 장덕준 씨 산업재해 은폐, 로저스 대표의 국회 위증 등으로 다양하다. 경무관급의 최종상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86명 규모의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가 쿠팡 관련 각종 고소·고발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30일 조사에선 로저스 대표의 쿠팡 '셀프조사'와 관련한 증거인멸,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혐의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첫번째 쟁점은 로저스 대표 및 쿠팡이 수사기관을 패싱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경위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돌연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정보 유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장비를 회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마치 수사기관인 양 피의자를 접촉하고 증거물을 수집했다. 쿠팡은 전직 중국인 직원인 피의자를 직접 접촉해 진술을 받기도 하고, 해당 직원이 노트북을 버렸다는 중국 하천에 잠수부를 투입해 노트북을 건졌다.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이 피의자를 접촉해 진술을 받고 증거물까지 먼저 수집해 손댄 것은 전에 없던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이번 조사에서 가장 핵심은 쿠팡의 자체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이 이뤄졌느냐는 것이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에게 수사기관을 뛰어넘고 자체조사를 하게 된 경위를 물어보면서,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는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증거물을 회수한 즉시 경찰에 제출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쿠팡의 손을 거쳐 수사기관에 넘어간 만큼 증거물이 이미 조작됐거나 일부는 인멸됐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중국인 전 직원과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크다.
경찰은 쿠팡이 임의제출한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별도로 분석한 상태다.
쿠팡의 자체조사 과정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자체도 왜곡 발표돼 수사를 방해했단 고발도 접수된 상태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축소해 발표하면서 수사 방해 행위를 했냐는 것이다. 쿠팡은 당초 개인정보가 유출된 게 3000여건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현재 경찰이 파악한 피해는 계정 기준 3000만 건 이상이다. 쿠팡의 주장보다 1만 배 많은 수준이다.
쿠팡이 당초 피해 규모를 축소·왜곡해 발표하면서 수사 방향을 '외부 유출 없음'으로 호도하려 했단 의문이 나온다. 사실상 모든 책임을 전 직원 1명의 단독 범행으로 규정짓고 쿠팡 기업 차원의 개입은 없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단 비판이 불가피하다.
증거인멸 혐의의 연장선에서 쿠팡의 '접속 로그 데이터 5개월분 삭제'도 조사의 쟁점이 된다. 지난해 11월 19일 정부의 자료 보존 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쿠팡은 접속 로그가 삭제되도록 방치했고, 결국 5개월 분량의 기록이 삭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관계자 조사를 마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로저스 대표 조사를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핵심 피의자인 전 직원이 외국인이여서 경찰 소환에 제약이 있는 데다가, 인터폴 등 국제공조 절차를 통한 송환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조사가 끝나고 나면 로저스 대표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란 점도 맹점이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가 지난 21일 입국하자마자 출국 정지 신청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30일 로저스 대표 조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고 장덕준 씨 산재 은폐 의혹과 로저스 대표 국회 위증 사건 등은 별도의 경찰 출석이 조율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마다 변호인도 다르고 쿠팡 수사 TF 내 수사팀도 다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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