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경찰 패싱'에 정보유출 수사 지지부진…中국적 피의자 접촉도 못해
'수사 대상' 쿠팡, 피의자 접촉까지…로저스 대표, 소환 불응
쿠팡에 물먹은 경찰…로저스 소환·증거인멸 수사 '주목'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쿠팡이 3370만 개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고소장을 제출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쿠팡의 계속되는 경찰 패싱 속에서 경찰이 해럴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 소환과 쿠팡 증거인멸 의혹 수사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해럴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지난 5일 경찰의 1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1차 소환은 로저스 대표가 출국한 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7일 로저스 대표에 대해 2번째 출석 요구를 했고, 로저스 대표는 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은 현재 해외에 있는 로저스 대표에 대한 입국시 통보 조치를 한 상태로, 입국 시 출국정지를 검토하고 있다.
로저스 대표는 1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진 않았다"며 "(로저스 대표가 경찰과) 소통은 했지만 출석을 안 한 것이다. (날짜 조율에)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팡의 경찰 패싱 논란은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돌연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전직 직원을 특정하고 정보 유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장비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출자가 약 3300만 명의 고객 계정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전직 중국인 직원을 직접 접촉하고, 직원이 노트북을 버렸다고 한 중국의 한 하천에 잠수부를 투입해 노트북을 회수했다. 즉 수사기관의 협조 없이 쿠팡이 먼저 움직여 중요 증거물을 수집했고, 심지어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받기도 한 것이다.
쿠팡이 마치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인 양 발표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사 결과를 호도한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와는 달리 유출 건수가 3000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쿠팡 사태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과로사 노동자 사건 축소 지시 등 논란으로 확산하자, 쿠팡이 '언론 플레이'를 하기 위해 정부와 수사기관과의 논의 없이 결과를 발표했단 분석이 나왔다.
증거물 확보를 위해 쿠팡 본사에 대한 고강도의 압수수색을 이어가던 경찰은 수사 대상인 쿠팡에 의해 '물 먹은' 모양새가 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1일 쿠팡 유출 사태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고, 같은달 25일 쿠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28일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9일 전인 12월 16일까지도 쿠팡 본사에 대한 7차 압수수색을 감행한 바 있다.
이후 서울경찰청이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1월 1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쿠팡 사태에 대한 수사 속도는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쿠팡이 접촉했던 중국 국적의 피의자와 아직 접촉하지 못한 상태다. 인터폴과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 중이고, 외국인인 만큼 경찰이 직접 소환 요구가 외교상 문제가 될 수 있단 이유다. 경찰은 피의자의 해외 도피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이 로저스 대표 소환과 쿠팡의 셀프 조사와 관련한 증거 인멸 의혹을 밝혀내는데 박차를 가하면서 수사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가 외국인이라 함부로 잡아 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에게 남은 과제는 쿠팡이 자체 보고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범인 도피를 방조했거나 증거를 인멸·조작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엔 개인정보처리자가 제대로 개인정보를 관리하지 않아 정보가 유출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2023년 3월 14일에 과징금 부과로 바뀌어서, 수사할 수 있었던 것들도 지금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경찰은 형사기동대, 공공범죄수사대, 사이버수사대뿐만 아니라 범죄첩보팀까지 동원해 각종 로비 의혹까지 찾아볼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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