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가 띄운 '댓글 국적 표시제'…"혐중 자극에 실효성도 없어"
'중국 계정 여론 왜곡설'로 불 지핀 댓글 국적 표시제
IP우회 방법 많아 국적 판별 불가…혐중 댓글 난무 '우려'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민의힘이 중국 접속 계정에 의한 여론 왜곡설을 띄우며 '온라인 댓글 국적 표시제'를 주장한 가운데, 국적 표시제가 실효성도 없고 혐중 정서만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접속 국가를 누구나 손쉽게 우회할 수 있는 시대에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판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론의 장에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발언만 분출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 5000개 이상 올린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고 댓글 국적 표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 댓글 표시제 관련 법안은 과거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놓은 바 있다. 김기현 의원은 2023년 1월 온라인 이용자의 댓글 등 접속지 기준 국적 표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2월엔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이 댓글 국적 표시법을 발의했다.
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게시판에 정보가 게재될 때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이 표시되게끔 하도록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회 접속 여부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댓글 국적 표시제가 실효성이 없고 사회적으로도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기술적 측면에서 온라인 댓글 게시자의 국적을 판별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접속했다고 무조건 해당 국가의 국민이란 법도 없고, VPN 우회 등의 방법으로 접속 국가를 우회하는 경우는 어떻게 걸러낼 것이냐는 것이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접속한 사람의 IP주소를 통해 국적을 판별하려고 할텐데, 중국의 컴퓨터로 댓글을 달았다고 해서 접속자가 중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포털에 가입할 때 국적 정보를 제공하게 한다든지 방법이 있겠지만 여러 부작용이 잇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접속 국가를 속이는 건 VPN을 이용해서도 속일 수 있는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국적을 가려내라는 건 너무 과도한 부담이고 실효성도 없다"며 "오히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우회 접속 여부도 표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VPN 사업자가 우리나라 국적이 아닌 경우 협조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VPN 사업자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 부여받은 VPN이나 프록시 서버는 어떻게 판별할 것인지 문제가 있다"며 "댓글 국적 표기와 우회 접속 판별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긴 한데 다른 나라도 협조해야 하고, 효용성이 얼마나 있을지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정 국가에서 접속했다고 해서 모두가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데, 국적이 표기되면 인터넷 공론장에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발언만 난무할 수 있단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짜뉴스 확산·여론조작의 원인을 특정 국적에 돌리는 것도 정치권의 '나쁜 정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야당에선 작성자의 국적을 밝혀서 여론 조작을 못 하게 하는 일종의 넛지 효과를 유도하는 것 같은데, 그리 타당성이 있어 보이진 않고 혐중 정서만 부추길 것"이라며 "댓글에 의한 가짜뉴스가 정치 가짜뉴스만 있는 게 아니라 성희롱부터 기타 분야까지 1000가지는 넘는데, 정치권이 '국적'이라는 하나의 변수를 들이대는 건 정치적 셈법에 불과하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임종인 교수는 "과거에 인터넷에서 제한적 실명제를 실시했을 때도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이 특정 국가를 차별한다고 비판했고,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위헌 판결을 받았다"며 "댓글 국적 표시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보수층의 혐중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불을 지핀 제도란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두 번째 문제고, 지방선거에서 불리한 상태에서 혐중 정서를 자극해 지지층을 똘똘 뭉치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극우의 기본적 공통 분모가 중국에 대한 혐오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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