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덕준씨 모친 "김범석 처벌"…경찰 '쿠팡 산재 은폐' 고발인 조사(종합)

김범석 "열심히 일한 기록 남지 않게" 의혹…택배노조, 고발인 출석
노동계, 쿠팡 '산재 은폐 의혹' 김범석 등 고발…"엄정 수사해야"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쿠팡 김범석 의장 고발인 조사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쨰는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숨진 고(故) 장덕준 씨의 모친 박미숙 씨. 2026.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권준언 기자 =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숨진 고(故) 장덕준 씨와 관련한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고발한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가 경찰에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장 씨의 어머니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날 오후 2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증거인멸교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택배노조 관계자를 마포구 성산동 사무실로 불러 고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 드러난 추가 증거들을 이날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조사엔 장 씨의 어머니인 박미숙 씨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장 씨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쿠팡과의 문자 내역, 산재 신청 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 등을 제출하기로 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출석 전 기자들을 만나 "쿠팡이 단시간에 대한민국 택배·유통산업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가 바로 노동자를 죽을 만큼 쥐어짜는 것"이라며 "쿠팡에서 밝혀진 것만 2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재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쿠팡 김범석을 반드시 처벌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것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기업, 노동자의 생명을 몇억의 합의금 정도로만 생각하는 기업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선언이자, 노동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장 씨의 어머니인 박미숙 씨는 "쿠팡은 덕준이 죽음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며 국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로비하고 언론은 고소·고발로 겁박하여 정정기사를 강요했다"며 "덕준이가 열심히 일한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 많은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김범석의 야비한 산재 은폐 지시에 동원되어 조작하고 왜곡하는 비열한 범죄를 조직적으로 공모했다는 사실은 범죄의 한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그렇게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산재 은폐가 진행되었으니, 저희의 산재 진행 과정이 계란으로 바위깨기일 수밖에 없었다"며 "20대 성실한 한 청년을 얼마나 난도질하였는지 왜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갈기갈기 찢어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저희 가족은 울분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장이 장 씨 사망 이후 전직 최고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에게 "고인이 열심히 일한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 "휴게시간을 부풀려라"고 지시하며 장 씨의 과로사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김 의장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노조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안법상 보건 조치 의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향후 택배노조는 김 의장이 장 씨가 일하던 모습이 찍힌 CCTV를 이용해 산재 은폐를 시도했다고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김 의장을 추가 고발할 방침이다.

6일 서울 중구 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등이 산재 은폐 쿠팡 김범석 의장, 헤럴드 로저스 대표, 박대준 전 대표 엄정수사, 처벌 촉구 및 형사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는 이날 경찰청에 김 의장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등에 대한 증거인멸 및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공운수노조 등은 "쿠팡이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증거들이 확인됐다"면서 "쿠팡은 2020년 10월 23일 무렵 고인의 사망 전 일주일 치 작업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쿠팡 본사로 가져가 분석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행위는 쿠팡의 대표이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회사의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국가의 형사 사법 작용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이자 방어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전현직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노동자와 시민에게 공식 사과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쿠팡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쿠팡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보다 산재를 은폐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면서 "그 결과 쿠팡에서 올 한 해만 8명이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은폐는 노동조건을 개선할 가능성을 막고 계속되는 죽음을 만든다"며 "쿠팡의 산재 사망과 노동 현장 재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당국은 엄정히 수사하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