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집회 금지' 반기는 주민들…시민단체는 "위헌"

삼청동·효자동 주민들 "100m도 금지 안 하면 시장통 돼"
'위헌 결정' 집시법 다시 부활할까…'집회의 자유 침해' 비판도

이재명 정부가 3년 7개월간 이어진 용산 대통령실을 떠나 청와대로 복귀한다. 대통령실은 청와대로 순차 이전을 진행 중이며 이달 말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사진은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의 모습. 2025.12.18/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청와대 100m 이내 집회·시위도 제한하지 않는다면 이 일대가 완전히 통제불능이 될걸요."

삼청동에서 10여 년 거주한 이 모 씨(37·남)는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주민 삶의 질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청와대 100m 밖에서만 집회·시위가 열렸던 과거에도 소음과 혼잡 때문에 고생했는데, 100m 이내에서도 집회가 열리면 얼마나 더 힘들지 가늠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집시법 개정안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효자동·삼청동의 주민과 상인들은 청와대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는 게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청와대로 복귀하면…'청와대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부활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집시법 개정안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제11조의 3호 내용에 대통령 집무실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는 집회를 허용하도록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게 과거에 없었던 일은 아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된 2022년 5월 이전엔 집시법 제11조3호에 의해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서의 집회·시위가 금지됐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경찰이 해당 조항으로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후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제11조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2024년 5월 31일까지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지만 시한이 지나 해당 규정은 효력이 소멸했다. 이로써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규제할 근거는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정급 경찰은 "집시법에 '100m 이내 집회 제한'이 규정되지 않으면 청와대 바로 앞의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며 "심지어 용산 전쟁기념관 앞 도로와는 달리 청와대 일대의 도로는 '주요도로'도 아니라서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집시법 제8조에 따르면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시위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데, 청와대 인근은 용산 전쟁기념관 일대와는 달리 주요도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등을 촉구했다. 2022.1.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주민들 "100m도 제한 안 하면 시장통 돼"…헌재, 3년 전 위헌 결정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이전처럼 청와대 100m 이내 집회는 제한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효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김 모 씨는 "안 그래도 대통령실 이전 전의 청와대 사랑채는 집회·시위 때문에 맨날 시민단체들이 오고 사람들이 북적였다"며 "청와대 100m 이내 집회도 괜찮아진다면 사람이 얼마나 더 몰리고 소리를 지르겠냐. 이 일대가 완전히 시장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청동에서 거주하는 이지현 씨(42·여)는 "솔직히 주민으로서는 대통령실 이전되고 나서 청와대 주변이 조용해져서 너무 좋았다"며 "예전처럼 청와대 100m 이내 집회는 금지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안 그러면 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추가한 것이 위헌적이고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6일 국회 법사위에 긴급 의견서를 제출하고 "누구나 평화적 집회를 개최할 수 있고 집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대통령 관저 등 주요국가기관 앞 100m 이내 집회를 전면 금지한 집시법 조항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그동안의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 100m 안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국민이 집회로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소"라며 "관저 인근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앞 집회가 사실상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허가제로 운영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는 집회를 허용하도록 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이다. 헌법 제21조 2항에 따르면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