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자살 고민…기업이 '자살예방 프로젝트' 나섰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기획]④삼성생명 '라이키 프로젝트'
학생 주도 자살 예방 '라이키'·자살 대응 SNS 채널 '라임' 운영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차라리 죽을까. 이게 제가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에요."
지난 9월 경기 평택시에 사는 A 양은 삼성생명의 청소년 SNS 상담 채널인 '라임'의 상담원에게 이같이 말했다. 상담원은 긴급 신고를 위해 전문상담원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112 긴급 신고가 진행됐다. 다행히 출동한 경찰은 건물 옥상에 있던 A 양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학업 스트레스로 극심한 자살 충동을 느낀 A 양의 나이는 13세였다. 청소년 자살은 비단 A 양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 시도나 자해를 한 초중고생이 하루 평균 20명에 이른다.
청소년 자살 예방·대응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예산과 인력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다. '관'(官)의 빈틈을 채우는 '민'(民),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삼성생명의 '라이키'(LIKEY), '라임'(LIME)이다. 청소년 자살 예방·대응을 위해 삼성생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4년부터 '라이키'(LIKEY)라는 청소년 자살 예방 사업과 더불어 자살 대응 사업인 '라임'(LIME)을 시작했다.
쉽게 말해 라이키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다. 다만 교사가 흔한 동영상을 틀어주고 아이들은 딴짓하는 기존의 자살 예방교육과는 달리,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도움을 청하는 휴대전화 '게임'을 진행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게임을 진행하고 강의를 하는 주체도 교사가 아닌 '학생'이라 몰입도가 높다.
예를 들어 라이키의 '감정을 말해봐' 게임에선 '일요일 저녁에 어떤 기분인지' 부터 '친구들이 나를 피하면 어떤지'까지 단계별로 자신의 감정을 공유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대화하게 된다.
'라이키'가 이전의 사회공헌 활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고 교사가 적용할 수 있는 도구(tool)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9개월간 신청 학교의 학생들을 '라이키'로 양성시켜, 학생들을 자살예방의 주체로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연 2회 전문 상담교사 등 350명을 대상으로 라이키 프로그램을 교육해 더 많은 학교에 확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3년 3개교 103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했던 라이키 프로젝트는 올해 370개교 2만 1195명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내년엔 500개교 2만 3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라이키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단 목표를 갖고 있다.
'라임'은 삼성생명이 구축한 청소년 SNS 상담 채널이다. 80여 명의 상담원이 라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24시간 365일 언제든 1:1 상담을 할 수 있다. 동일한 상담자와 8회 연속 상담할 수 있게 해 상담의 연속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라임을 통한 청소년 상담은 2024년 7523건에서 1만 1757건으로 56.3%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자살 위험이 높은 위기 상담이 2025년 2065건으로, 전년 대비 164.4%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끼는 학생들이 라임을 찾는다는 뜻이다.
상담원과 내담자의 상담내용에서 자살사고, 자살계획, 자해 등을 언급하면 '생명의전화'의 전문 상담사가 전문기관 등에 연계한다.
약 2년간 라임을 통해 실제 구조된 청소년들이 11명에 달한다. 그루밍 성폭력,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이 경찰·소방에 구조되거나 해바라기센터, 병원 등에 연계됐다.
김용재 삼성생명 생명존중사무국장은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고 그동안 교육부와 학교가 많은 프로그램을 시도했지만, 쉽게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자살 문제와 관련해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변화가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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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상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선 이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추진한 자살예방 활동의 성과를 소개하고, 검증된 정책과 현장 모델의 전국적 확산 필요성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