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연 3억' 컴마왕도 잠적…'티메프 사태' 이후 PC업계는 곡소리

[컴마왕 먹튀 의혹]③ 사무실 앞엔 내용증명 반송 안내서…현금흐름 막혀 도산했나
영업이익은 매년 3억↑…"좀비 기업 가능성 있어"

편집자주 ...조립PC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컴마왕'이 먹튀 의혹에 휩싸였다. 제품 주문을 받다가 돌연 영업을 중단한 것. 고객들과 거래처의 총 피해 규모는 최대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뉴스1>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컴마왕이 잠적한 이유를 좇아, 이를 모두 세 편의 기사로 내보낸다.

조립PC 업체 '컴마왕' 2025.11.19/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유채연 기자 = 유명 조립PC 업체 '컴마왕'의 대표 한 모 씨가 지난 11월 초 돌연 잠적해 거래처·소비자 등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컴마왕과 수년 동안 협업했던 광고주 또한 1년 가까이 광고비를 받지 못한 것은 물론, 대금을 떼인 거래처들의 피해도 드러났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컴마왕과 같은 오프라인 PC 업체들은 온라인 유통 중심의 가격 경쟁이 심화해 낮은 영업이익률에 허덕이고 있으며,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져 현금 흐름이 막히는 등 위기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조립 업체 특성상 고가 부품을 외상으로 들여와 판매 대금으로 결제하기에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대금 결제가 지연돼 거래처 신용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현금흐름이 막혀 파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컴마왕 사무실 앞엔 '내용증명' 반송 안내서…현금흐름 막혔나

지난달 19일 찾은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 내 '컴마왕' 사무실 문 앞에는 총 8개의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줄지어 붙어 있었다. 은행을 비롯해 대금을 받지 못한 거래처가 보낸 내용증명의 반송을 알리는 안내서였다. 은행 빚은 물론 거래처 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컴마왕과 10년 넘게 협업 및 광고를 진행해 온 15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군림보'도 지난해 11월부터 광고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림보는 컴마왕 잠적 직후인 지난달 9일 영상에서 "2024년 11월부터 스폰(광고)비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하고 티메프 사태 때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음에도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컴마왕의 택배 집하를 맡은 택배 기사 A 씨도 "예전부터 낌새는 좋지 않았다"며 "한 달씩 대금이 밀리고 하면 나도 불편하지만 계속 돈을 달라고 해서 그나마 일주일 치 정도인 100만 원 정도만 떼였는데 한 달 치였으면 500만 원 정도를 떼였을 것"이라고 했다.

조립PC 업체 '컴마왕'이 하루아침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컴마왕 본사 입구에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줄지어 붙어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컴마왕 위치한 상가도 곡소리…"3년 손해봐도 폐업 못해"

컴마왕이 입점해 있던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 22동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7층 규모의 상가 내무 업체들은 대부분 2~3명이 근무하는 영세 업체였다. 한 층에 10여 개 가게들이 입주해 있었지만 복도를 오가는 이들은 대부분 택배 기사들이었다. 직원들의 말소리 또한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상가에서 만난 이들 또한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가 상가 내 업체들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컴마왕과 장기간 거래한 택배기사 A 씨는 "코로나 이후로 상가는 쭉 경기가 안 좋았다. 거기에 티메프 사태도 터지고 했으니 망하는 곳도 많다"며 "물량도 그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상가 상인 B 씨도 "여기(선인상가)도 그 여파로 돈 벌어서 거기(거래처)다 뜯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며 "재고 정리도 해야 하고 거래처도 정리해야 해 순식간에 장사를 접을 수 없으니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3년째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당장 폐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인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티몬·위메프에 입점해 컴퓨터 부품과 조립PC를 판매하던 업자들이 정산 지연으로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었다. 영세 업체뿐만 아니라 당시 연 매출 180억 원대에 이르던 한 컴퓨터 판매업체가 미정산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기도 했다.

영업이익 매년 '3억' 넘었는데 왜…전문가 "좀비 기업, 현금흐름 망가지면 도산"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현황시스템에 따르면 컴마왕의 2024년 영업이익은 약 3억3000만 원이다. 2020년에는 약 3억4000만 원이며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은 3억 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잠적 소식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알려지자 '작년까지 매출은 괜찮았는데 왜 망해버렸냐' 등의 의문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고가 부품을 외상으로 들여와 판매 대금으로 결제하는 조립PC 업체 특성상, 미정산이 발생하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티메프 사태' 당시 발생한 외상 매출금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를 갚지 못해 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컴마왕이 '좀비 기업'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좀비 기업은 영업이익은 발생하지만, 실제로는 이자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부실기업을 뜻한다.

서 교수는 "티메프 사태 당시 발생했던 외상 매출금을 은행에서 자산으로 인정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정산받지 못한 돈은 자산이 아니라 손실로 봐야 한다"며 "은행 이자율이 높아진 지금, 현금 흐름이 망가지면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용구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컴퓨터 업체는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다기보다는 단순 조립을 통해 유통하는 구조"라며 "불경기 상황에서 컴퓨터 구매 수요가 준 것은 물론 메모리 등 부품 가격이 올라 수익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판매 전략이나 단체 상품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