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의혹' 첫 압수수색 일단락…이첩 5일 만 '속도전'(종합3보)
천정궁·의원회관 등 10곳 전방위 강제수사…한학자 총재 입건
김건희 특검도 압수수색 대상…공소시효 우려에 주말 직후 착수
- 김종훈 기자, 박동해 기자, 권준언 기자, 유채연 기자,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박동해 권준언 유채연 임세원 기자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정치권에 불법 금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15일 통일교 성지를 비롯해 10곳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일부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첫 압수수색을 일단락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경기 가평군 통일교 성지 '천정궁' 를 비롯해 10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중 통일교 서울본부를 포함한 일부 대상에 대한 강제수사는 12시간 넘게 이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택도 포함됐다.
전 전 장관이 현역 의원 신분이라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사무실 앞에 도착했지만, 국회사무처와의 협의 과정 때문에 약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20분쯤 입장할 수 있었다. 오후 3시 5분쯤엔 압수수색이 종료됐다.
전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 원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 손목시계 등을 건네받아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를 받는다.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다른 두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경찰은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현재 한 총재가 구금돼 있는 서울구치소 거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진술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역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윤 전 본부장에 대해 한 차례 접견 조사를 마쳤으며, 한 총재에 대해서도 조만간 접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이 대규모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10일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불과 5일 만이다. 주말 동안 압수수색 대상 관련 검토를 마친 뒤, 발 빠르게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앞서 해당 사건의 자료를 넘긴 특검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경찰은 특검팀이 자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누락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강제수사도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이고 신속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공소시효' 문제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의혹이 제기된 금품 전달이 2018년 초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2025년 12월 현재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상황이다.
뇌물 혐의가 적용될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로서는 수사 마무리 전까지 어떤 혐의가 최종 적용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전담수사팀은 중대수사과 인력 외에도 경찰청 안보수사국 인원 10여 명을 지원받아 압수수색 현장에 투입했다.
다만 혐의를 받는 정치권 인사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중 김규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경찰청 앞에서 경찰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전 전 장관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자서전을 들고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거 때 지인들이 부탁해 사진 한 장을 찍었을 뿐"이라며 불법적인 금품을 수수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북구의 형님 누님들이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다니든 절을 다니든 제게는 소중한 형님이자 누님이고 너무나 소중한 이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한 점도 이번 수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는 당초 특검팀 조사 과정에서 2018년~2020년 사이 통일교 교단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으나, 최근 재판에 출석해서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현재 경찰은 의혹이 제기된 3명의 정치권 인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둔 상태로, 확보한 압수물을 바탕으로 조만간 소환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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