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쉬지 못하고 야간 근무 투입"…노동 현장 증언 잇달아

국회 의원회관 야간노동자 증언대회…병원·공항·제과 직원 참석
"3회전에 13시간 야간근무"…최근 논란된 쿠팡 근무환경 증언도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국회부의장 이학영 의원과 김태선·박홍배·서왕진·신장식·용혜인·이용우·정혜경·한창민 의원 공동주최로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가 열렸다. 2025.11.25/뉴스1 김종훈 기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택배 업계에서 연이어 발생한 과로사 이후 주목을 받은 야간 근로와 건강권 문제와 관련해 노동자들이 국회를 향해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야간 근무로 인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앓는 동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국회부의장 이학영 의원과 김태선·박홍배·서왕진·신장식·용혜인·이용우·정혜경·한창민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린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에 병원·공항·제과제빵 등 야간 노동이 필수적인 분야의 노동자들이 모여 현장 경험을 전했다.

21년째 인천공항에서 보안경비 업무를 맡은 소형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처장은 3조 2교대 업무 중 연속 야간노동 문제를 지적했다. 소 사무처장은 "야간 첫날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면 같은 날 저녁에 다시 출근해야 한다"며 "출퇴근과 식사 시간을 빼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야근근무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올해 인천공항 노동자 2명이 야근근무 도중 사망했고, 3명이 뇌심혈관질환으로 쓰러졌다.

지난 8월까지 쿠팡택배 심야배송을 한 이송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쿠팡의 배송 노동조건과 노동강도는 다른 택배사보다 훨씬 심하기로 유명하다"며 "이미 다른 택배사에서는 사라져가는 다회전배송, 배송마감 시간 강요, 분류작업 강요 등이 쿠팡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쿠팡 야간 배송의 일과는 오후 8시 30분쯤 캠프 입차 후 분류작업을 뒤 오후 10시까지 1회전 배송으로 시작된다. 총 3회전 배송을 마치면 다음 날 오전 7시가 되고 노동시간은 10시간에 달한다. 야간노동 30%가 추가될 경우 하루 13시간까지도 야간 근무가 이어진다고 한다.

이 사무국장은 "배송을 마감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날 저녁 야간 배송을 위해 잠을 자는 것밖에 없다"며 "야간 배송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자도 자도 피곤하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혜은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야간노동이 유방암 등 발암 가능 요인으로 지정했다"며 "야간노동은 과학적으로 더 위험한 노동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노동은 노동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권, 관계의 지속, 돌봄의 작동 그리고 사회 전체의 리듬에 관한 문제"라며 "이제 우리의 기준을 바꿔 제도와 논의를 움직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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