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두깨폭행 의혹' 장애인 대안가정, 알고보니 미신고 시설

[경계선의 집]③경기 광주시청 "시정 명령 등 행정조치 예정"
'학대의혹' A 씨 "우린 시설 아냐" 했지만…전문가 "시설로 봐야"

편집자주 ...[경계선의 집] 경계선지능인과 지적장애인, 그리고 이들의 '아빠'를 자처하던 사람이 함께 살던 대안가정. 아빠는 경계선지능 장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들이 아빠로부터 탈출했다. 아들들은 폭행과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했다. 그 집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뉴스1>은 피해를 입었다는 '아들들'과, 억울하다는 '아빠'를 만났다.

29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대안가정의 모습.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가 운영하던 해당 대안가정에서 전 대표가 성폭력·폭행·노동 착취를 했단 의혹이 불거졌다. 2025.9.29/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신윤하 권진영 권준언 기자 =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가 운영하던 대안가정에서 전 대표가 성폭력·폭행·노동 착취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대안가정이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광주시청은 최근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 전 대표 A 씨가 관리하던 대안가정을 현장 조사한 결과 해당 집이 미신고 시설이라고 판단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공동생활을 비롯해 장애인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시설 소재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대안가정은 시청 등에 신고하지 않은 채 운영돼 왔다.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의 전 대표이자 현 이사인 A 씨가 관리해 온 대안가정은 경계선지능인과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청소년·청년들이 매달 80만원가량의 이용료를 내고 생활해 왔다. 문제가 제기된 해당 대안가정의 집은 총 3곳이며, 모두 경기 광주시에 위치해있다.

이 집엔 A 씨와 A 씨의 지시를 받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지적장애인 등이 같이 살았다. ([단독] 경계선지능인에 꽂힌 폭언·노동착취…'아빠 자처' 사회복지사의 이면)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퇴소한 이후 현재 이 집에는 성인 중증 지적장애인 1명과 미성년자 중증 지적장애인 1명, 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미성년자 1명과 A 씨 등 4명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A 씨가 시설 전환을 거부하면 시정 명령과 시설 폐쇄 등 행정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현장 조사에서 A 씨가 해당 가정에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며 "하지만 장애인이 거주한 정황이 있어 시설 전환을 안내 드렸고, A 씨는 '전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A 씨 측은 해당 가정에 장애인이 거주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지금은 장애인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인복지시설로 등록하지 않겠다며 말을 바꿨다.

A 씨는 "이곳이 장애인만 있는 곳이라면 시설로 등록하겠지만, 여기는 비장애인도 있어서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시정 명령을 내리든 말든 우리는 시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 씨가 관리하는 대안가정에 함께 살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A 씨에게 지적장애인 활동 보조 및 기타 업무 지시에 카카오톡으로 답하는 모습

하지만 광주시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A 씨가 관리하는 대안가정이 사실상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즉 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청에 신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전문인력의 지도를 받으며 소규모 주거시설에 공동으로 생활하는 형태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의미한다.

A 씨가 관리하는 집은 사실상 장애인 공동생활가정과 유사한 형태다. 입주안내문엔 "복지 사각지대의 남성 청소년과 장애인(느린학습자, 경계선지능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대안가정"이란 소개글과 함께 '자립생활훈련·교육훈련' 등이 지원사업으로 적혀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매달 이용료를 받는 시설인 데다가, 가정의 실체를 들여다봤을 때 누군가가 지시하고 장애인 등이 그것에 맞춰서 해야 하는 생활을 하는 상황"이라며 "시설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광주시청 관계자도 "(해당 대안가정은) 장애인이 거주하고 시설이 장애인을 보호하는 형태를 표방하고 있어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했다.

A 씨는 해당 집이 국토교통부가 비영리법인 등에게 임대주택 운영을 위탁해 청년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사회주택'으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등 장애인복지시설은 아니라는 주장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주택이어도 장애인복지법 등을 준수해야 하므로, 사실상 장애인복지시설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면 시청에 별도로 신고해야 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회주택이라고 해서 장애인복지법 등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사회주택이 기반하고 있는 법령과 장애인복지법의 목적과 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법령이 적용되고 이를 준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단체의 전 대표인 A 씨가 대안가정에서 경계선지능인들과 지적장애인, 봉사자 등에게 신체 마사지를 요구하고 폭행했으며 폭언과 노동착취를 일삼았다는 내용의 고소·고발장이 지난 16일 광진경찰서에 접수됐다.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광진경찰서는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할 계획이다.([단독]"경계선지능인 홍두깨 폭행·마사지 요구"…지원단체 임원 학대 의혹)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