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된 업무방해 전과 때문에 채용 불합격…인권위 "차별"
인권위, 외교부 장관 등에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권고
'배임증재죄' 실효됐는데 불합격되기도…"재심사 기회 부여해야"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경력을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불합격 처리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A 씨는 한 대한민국총영사관의 채용공고에 따라 관저 요리사에 합격예정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신원조사과정에서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경력을 이유로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A 씨는 지난 2013년 6월 업무방해(과장광고)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지만 벌금형의 경우 선고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그 형이 실효된다.
A 씨는 지난해 2월 해당 영사관의 불합격 통보가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영사관은 신원조사회보서상 기재된 특이 사항 등을 근거로 진정인이 보안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재외공관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A 씨의 과거 범죄 사실은 재외공관 관저 요리사 운영 지침이나 기타 관련 법령에서의 명시적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형의 효력이 이미 실효되었고 범죄의 상습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며, 10여 년 전의 벌금형을 이유로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영사관의 조치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외교부 장관에게 사전에 신원 특이자에 대한 부적격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등 명확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한 주식회사의 기술 담당원(운전원) 직무에 지원했던 B 씨도 신원조사과정에서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경력이 회보돼 최종 불합격 처리돼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 씨는 지난 2019년 배임증재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주식회사는 B 씨의 배임증재죄 전과는 청렴성이 요구되는 해당 직무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불합격 처리한 것이라 답변했다. 사측은 인사관리 규정에서 '불량한 소행의 사실이 있는 자(신원조회 결과 특이 사항이 발견된 자 등) 또는 비위로 면직 사실이 있는 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인사관리 규정에서 '신원조회 결과 특이 사항이 발견된 자 등'이란 문언은 결격사유 적용 여부에 있어 구체성과 명확성이 결여돼 자의적 판단의 여지를 남기고 있으므로, 해당 규정을 이유로 B 씨를 불합격 처리한 행위는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주식회사 대표에게 B 씨의 재심사 기회를 부여할 것과 함께, 인사관리 규정을 명확하게 개정하고 세부 심사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두 사건과 관련해 "채용 여부가 원칙적으로 피진정기관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전과를 이유로 직업을 제한할 수 있는지는 관련 법령에서 해당 전과를 명시적으로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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