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된 업무방해 전과 때문에 채용 불합격…인권위 "차별"

인권위, 외교부 장관 등에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권고
'배임증재죄' 실효됐는데 불합격되기도…"재심사 기회 부여해야"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희망 업(UP)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와 영등포구청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중장년 고용 촉진과 경력 단절 해소,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2025.9.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경력을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불합격 처리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A 씨는 한 대한민국총영사관의 채용공고에 따라 관저 요리사에 합격예정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신원조사과정에서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경력을 이유로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A 씨는 지난 2013년 6월 업무방해(과장광고)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지만 벌금형의 경우 선고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그 형이 실효된다.

A 씨는 지난해 2월 해당 영사관의 불합격 통보가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영사관은 신원조사회보서상 기재된 특이 사항 등을 근거로 진정인이 보안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재외공관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A 씨의 과거 범죄 사실은 재외공관 관저 요리사 운영 지침이나 기타 관련 법령에서의 명시적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형의 효력이 이미 실효되었고 범죄의 상습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며, 10여 년 전의 벌금형을 이유로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영사관의 조치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외교부 장관에게 사전에 신원 특이자에 대한 부적격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등 명확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한 주식회사의 기술 담당원(운전원) 직무에 지원했던 B 씨도 신원조사과정에서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경력이 회보돼 최종 불합격 처리돼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 씨는 지난 2019년 배임증재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주식회사는 B 씨의 배임증재죄 전과는 청렴성이 요구되는 해당 직무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불합격 처리한 것이라 답변했다. 사측은 인사관리 규정에서 '불량한 소행의 사실이 있는 자(신원조회 결과 특이 사항이 발견된 자 등) 또는 비위로 면직 사실이 있는 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인사관리 규정에서 '신원조회 결과 특이 사항이 발견된 자 등'이란 문언은 결격사유 적용 여부에 있어 구체성과 명확성이 결여돼 자의적 판단의 여지를 남기고 있으므로, 해당 규정을 이유로 B 씨를 불합격 처리한 행위는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주식회사 대표에게 B 씨의 재심사 기회를 부여할 것과 함께, 인사관리 규정을 명확하게 개정하고 세부 심사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두 사건과 관련해 "채용 여부가 원칙적으로 피진정기관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전과를 이유로 직업을 제한할 수 있는지는 관련 법령에서 해당 전과를 명시적으로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