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스캠단지 내부 공개…정부 합동대응팀 확인 나섰다(종합)
프놈펜 '태자단지' 방문…당국 단속 전 급히 철수한 흔적 '역력'
외교 2차관 만난 캄보디아 훈 총리 "심심한 유감·안타까움 표명"
- 김종훈 기자, 정윤영 기자
(프놈펜·서울=뉴스1) 김종훈 정윤영 기자 = 캄보디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단장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현지 범죄단지를 점검하고 캄보디아 당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합동대응팀은 16일(현지시간) 오후 4시, 수도 프놈펜 남부 따께우주(州)에 있는 스캠(사기) 단지 중 하나인 '태자단지'를 방문해 현지 당국으로부터 단속 및 수사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 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캄보디아 당국의 협조를 받아,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사기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단지 내부를 직접 둘러봤다.
낮은 4층짜리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범죄단지 각 층에는 10개가 넘는 방이 있고, 2층 침대가 놓여 있어 기숙사를 방불케 했다.
방 내부는 경찰 단속을 피해 급하게 철수한 모습이 역력했다. 머물던 이들이 입던 옷과 수건 등이 2층 침대 옆 옷걸이에 군데군데 널려 있었고, 사용하던 이불과 베개를 비롯한 침구류도 그대로였다.
단지 내 주거지뿐 아니라 용의자들이 이용한 식당과 실제 사기 범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도 공개됐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식당은 한 층 전체가 테이블과 의자가 쭉 늘어서 있어, 구내식당 같은 분위기였다.
같은 건물 2층부터 마련된 공간에는 사무용 책상 위에 의자가 올려진 상태로 방치됐다. 내부 점검에 동행한 캄보디아 당국자는 용의자들이 이 공간에서 온라인 사기 범행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지만,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대응팀은 범죄단지 내부를 돌아보며, 캄보디아 측에 범행 장소 적발 경위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이에 팡 나렌(Pang Naren) 캄보디아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 사무국 부국장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죄자들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것 같다"며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장비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은밀히 진행했으나 범죄자들이 미리 알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김 차관은 프놈펜에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를 만나 범죄 대응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훈 총리는 한국인 취업사기 및 사망 사건에 대해 "심심한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도주 중인 용의자 체포와 한국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캄보디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또 한국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TF'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현지에 구금 중인 한국인 범죄 연루자의 조속한 송환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이어 지난 8월 초 캄폿주 보코산 지역에서 발생한 한국인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검 및 수사기록 사본 제공 등 법무부의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신속히 처리하고, 화장 및 유해 송환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훈 총리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 차원에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을 통해 단속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훈 총리는 한국 정부의 캄보디아 여행경보 상향 조정이 현지 투자와 관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조속한 하향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현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상황이 개선되면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훈 총리는 한국 내 부정적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언급했으나, 김 차관은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현 상황을 개선해야 인식도 바뀔 것"이라며 캄보디아의 치안 역량 강화를 위한 개발협력 사업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차관은 훈 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차이 시나리스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사무총장과도 만나 우리 국민 보호와 스캠범죄 근절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TF' 발족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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