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조카 용돈 70만원"…추석 인플레에 직장인들 '한숨'
"10만원은 용돈 같지도 않아"…올해 추석 전체 지출 예산 71만원
고물가·역대급 긴 연휴에 지출 많아…가족여행부터 차례상까지 목돈 지출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부모님 선물에 조카들 용돈까지 이것저것 합치면 70만 원은 쓸 것 같아요.
6년 차 직장인 박지영 씨(33·여)는 이번 추석에 집에 내려가는 게 두렵다. 물가가 올라서 부모님께 드릴 추석 선물 가격도 너무 비싸고, 친지·조카들 용돈도 지난해와 동일한 금액으로 주려니 너무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예전엔 미취학 조카들에게 1만 원씩만 줘도 됐는데, 요즘엔 1만 원으로 밥 한 끼 겨우 사 먹는 시대 아니냐"며 "괜히 한두푼 더 보태서 용돈을 주게 되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매 명절마다 출혈이 심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급 긴 황금연휴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민들의 명절 지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에 차례상 차림 비용도 늘어난 데다가 용돈 인플레이션도 심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 김천시가 고향인 김 모 씨(29·여)는 "워낙 물가가 높다 보니 10만 원의 돈이 선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며 "부모님 용돈으로 20만 원을 하자니 사회초년생에게는 거의 월급의 10%에 달하는 금액인데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울상을 지었다.
부모님 용돈 대신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는 권 모 씨(30·남)는 "경제가 어려워서 월급은 많이 오르지 않는데 명절 선물 비용이나 용돈 비용은 늘어나서 힘들다"며 "명절 때마다 부업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추석 지출 계획' 조사에서도 명절 용돈에 지출할 비용이 6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은 평균 71만23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5일 연휴 때의 56만3500원보다 14만8800원(26.4%) 늘어난 수치다.
응답자의 62.4%는 지난해보다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고, 8.2%는 두 배 이상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목별로 보면 부모님 용돈과 선물비가 38만6100원으로 전체 예산의 54.2%를 차지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차례상 비용 29만4600원, 친지·조카 용돈 27만400원, 내식 비용 24만72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가족 여행과 외식 비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연휴를 맞아 가족 여행을 가기로 한 황 모 씨(36·남)는 "원래 명절엔 절대 어디로 여행 가는 일 없이 집에만 있었는데, 부모님이 연휴가 긴 만큼 여행 가고 싶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었다"며 "여행도 가고 차례상도 준비하고, 친지들 용돈도 준비할 생각에 아득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명절 용돈이나 선물의 액수를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물가가 비싸니까 차례상 차림 비용도 높아지고, 그러다 보니 용돈 액수도 높아지는 걸 감안하더라도, 명절 비용이 하염없이 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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