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못해 거뭇한 얼굴들…"다신 이런일 안돼" 가족 앞 울컥(종합)
오후 3시 51분쯤부터 인천공항 입국장 통과해 가족들과 만나
거뭇거뭇 수염난채 귀국…가족들 "족쇄까지 채울 필요 있냐" 울분
- 권진영 기자, 박기범 기자, 김성식 기자, 윤주현 기자, 유채연 기자, 송송이 기자
(인천공항=뉴스1) 권진영 박기범 김성식 윤주현 유채연 송송이 기자 = 미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직원 316명이 12일 오후 3시 51분쯤부터 차례차례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기습 구금 8일 만이다.
한국인 직원은 보안을 위해 총 8그룹으로 나뉘어져 인천공항 제2터미널 B 게이트로 들어왔다. 첫 그룹부터 마지막 그룹이 통과할 때까지는 8분 정도가 걸렸다.
한국인 직원들은 보안과 안전을 위해 인근에는 보안통제선이 쳐지고 경찰이 빼곡히 배치됐다.
직원들은 대부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지만 일부는 "고생하셨어요" "힘내세요"라는 시민들의 외침에 살짝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도 있었지만 주변에 포진한 취재진이 부담스러운지 후드티를 뒤집어쓰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의 손에는 빨래 등 간단한 세면도구만이 담긴 비닐백이 들려 있었다. 대체로 중년 남성으로 구성된 직원들은 구금 기간 중 제대로 면도하지 못했는지 턱에 수염이 가득 자란 모습이었다.
한국인 직원들은 입국 후 곧장 바깥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장기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박수갈채와 함께 오매불망 기다리던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귀국한 한국인 직원들은 저마다 부모님, 회사 동료 등과 부둥켜 안았다.
"자기야" "아들" 등 여기저기서 가족을 부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꽃다발과 머리띠를 쓴 한 모녀는 뛰어나와 가장을 끌어안았다. 눈에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혔다.
아이 둘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을 데리러 온 여성(40대)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족쇄 채우고 연행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혐의 등으로 한국인 현장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했다.
한편 이날 한국인 직원들이 입국하기 전 오후 3시 30분쯤에 입국장 주변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2m가 넘는 거대 현수막을 펼치고 "동맹국이라며 이렇게 찬밥대우를 하냐"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활빈단의 홍정식 씨(50대) 등이 합세해 "6.25에 태어나 미국사람들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우리의 자존을 더럽히는 일이 생긴다면 미국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시위를 할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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