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현장 직내괴 해결의지 없어"…MBC 앞서 故오요안나 추모주간 실시

8일부터 MBC 사옥 앞서 일주일간 추모 행사
유족 "수년간 일해도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한 취급"…단식 나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앞에서 고 오요안나 기상 캐스터의 유족과 시민단체 일동이 고인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2025.09.08/ⓒ 뉴스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이정환 기자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모른척하고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성의도, 해결 의지도 없었습니다.-故 오요안나 씨 어머니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故) 오요안나 씨의 1주기를 앞두고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MBC의 늑장 대처를 규탄하고 나섰다.

오요안나 씨의 유족과 방송 및 언론 노조 등 총 44개 단체는 8일 오전 11시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추모주간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최 측은 '방송 현장 직장 내 괴롭힘 이제 그만', 'MBC 안형준 사장은 오요안나 문제 조속히 해결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문제 해결 의지 없는 MBC 규탄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은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요안나가 남긴 뜻이 있으니 나중에에 만나면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힘겹지만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BC와의 2차례에 걸친 만남에서 요구안을 전달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추가적인 상의나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MBC를 용서할 수 없다.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한다"며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 지부장은 "왜 우리는 맨날 쓰고 버려지고 쓰고 버려져야 하느냐. 같은 프로그램을 10년, 15년 일하고도 그냥 버려지는 것이 정상이냐"라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방송업계의 고용 실태에 울분을 토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은주 정의당 정무실장은 MBC를 향해 "오요안나 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잔인한 구조를 제대로 뿌리부터 뒤집어 엎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프리랜서 실태 전수 조사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매뉴얼 제작 △일터 선언문·사장 공약 등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발표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참여자들은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밝게 웃는 고인의 영정을 뒤로하고 장 씨 등 유족은 울먹이며 30여 명의 추모객을 맞이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