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죄에도 순찰이 필요하다 [기자의눈]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기다리라는 말뿐이에요" "무능력해요"
불법 투자 리딩방,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등 신종 사이버 범죄에 많게는 수억 원씩을 뜯긴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 후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피해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지만 수사관들의 반응에 또 한 번 상처받는다.
경찰은 할 말이 없을까. 사기범은 대부분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상당수 해외에 거주하면서 추적이 힘든 텔레그램, 라인 등의 메신저를 사용하며 추적을 피해간다. 한 일선서 수사관은 "신종 범죄가 계속 나오니 수사 난도는 올라가고 검거는 더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수사관 1인당 평균 보유사건은 20건이 훌쩍 넘는다.
더군다나 2017년에는 23만 1489건에 불과하던 사기 범죄는 지난해엔 34만 7579건까지 늘었고, 올해는 4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범죄 중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7년 13.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사기 범죄는 매일 늘어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데 수사관이 이를 따라가긴 역부족이란 말에도 일리가 있다.
더군다나 현행법상 피해자가 금융회사에 사기범이 이용한 계좌의 입출금 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범죄는 보이스피싱뿐이다. 해당 범죄가 신종 사기라면 불과 몇시간 전에 사기범에게 수억 원을 뜯기고 경찰을 찾아봐야 같이 한숨을 쉬어야 할 판이다.
사기범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재미를 봤다고 계속해서 보이스피싱만을 하는 건 아니다.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미끼 문자를 뿌려대며 불법 리딩방이나 로맨스스캠 등으로 진화한다. 보이스피싱에만 지급정지 권한을 주는 현행법은 사기범들에게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봐"라고 권하는 것으로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을 위해 경찰이 뭘 해야 할까. 이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해답으로 '사기방지기본법'을 제시했지만 법무부 등의 반대로 21대 국회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이 법은 경찰청 소속으로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신설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기 범죄에 계좌 지급정지 등 임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 범죄를 미리 감지하고 지급 정지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신종 사기에 악용된 의심 계좌로 반복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경찰이 선제적으로 계좌를 정지하는 식이다.
강절도가 집중되는 우범지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경찰력을 집중 배치해 순찰을 강화하면 범죄자들은 이 지역을 떠난다.
신종사기 역시 사이버공간 순찰 강화라는 예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를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숨어드는 사기범들을 피해 발생 후 뒤늦게 쫓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한국에서 사기 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워 사기범들이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피해자를 한명이라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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