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했던 경찰 대응…전문가 "중앙·지방 공조체계 재점검, 평소 훈련해야"
서울청장·수서서장 사건 발생 다음날 아침에서야 보고받아
이미 있는 기술 활용 못해…시·도 경찰간 공조도 보완 필요
-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체포됐지만 경찰의 대응 과정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피의자들이 지역을 넘나들면서 경찰 공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상부 보고 또한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이미 마련돼 있는 수단들도 활용되지 못했다며 광역 사건 수사 대응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3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경찰청장과 수서경찰서장에게 보고가 늦어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고가 늦은 것을 인정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좀 더 빨리 보고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강남 납치·살해' 지휘부에 늑장 보고 논란…WASS등록도 4시간 늦어져
이번 사건 대응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은 보고 지연과 차량 수배 혼선 두 가지로 요약된다.
연모씨(30)·황모씨(35)·이모씨(36) 등 3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 중이던 40대 중반 여성을 차로 납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 개발 금융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는 피해자의 금전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범행을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신고 접수 3분 만인 29일 11시49분 출동 최고 수준 단계인 '코드제로'를 발령했다. 이후 경찰은 신고 접수 7분 만인 11시53분쯤 현장에 도착해 일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차량 번호와 소유주를 확인했다.
하지만 주요 수사 지휘관들은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지 1시간이 지난 시점에 인지했다.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납치 다음 날인 30일 오전 7시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문자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55분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시각은 30일 오전 6시(경찰 추정 시각)쯤으로, 주요 수사 지휘관 모두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보고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차량 검색 시스템(WASS)에 용의 차량번호가 등록된 시각은 30일 오전 4시57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WASS에 등록되고 나서야 차량이 오전 6시를 넘어 대전을 빠져나가는 게 포착됐다.
결국 피해자는 신고 접수된지 약 41시간만인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 대청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전문가들 "지역간 공조, 기술적 활용 아쉬움 종합적으로 보완 필요" 지적
전문가들은 요즘 주차장에서도 차량을 쉽게 인식할 정도로 차량 인식 기술이 발달했다면서 경찰의 기술적인 부분 활용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동으로) 충분히 디지털 정보를 매칭하는 기술이 있다"며 "이미 경찰이 디지털 영상물을 삭제할 때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이 첫 신고자가 차종을 잘못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요즘 CCTV가 얼마나 많은데 충분히 특정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인력 치안이 아니라 '과학 치안'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현장 인력들이 관련 기술을 잘 숙달해 상황 발생시 즉각 사용할 수 있게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유사한 치안 상황에 대한 일정한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수시로 훈련해야 대응이 몸에 밴다"며 "이런 훈련 자체가 거의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로 경찰의 수사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광역 수사에 대한 공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윤호 교수는 "요즘 범죄는 광역화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과 중앙 경찰이 공조 협력 체계를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국가수사본부까지 만들어졌는데 시·도 경찰간의 공조가 안 되는지는 의문"이라며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는 와중에 공백이 생긴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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