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남종, 분신 전 명동성당·청계광장 찾아

시민장례위원회, 서울역 분신 전 이동경로와 유품 공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 문구 현수막과 입간판 등
전태일 동생 전태삼 "소통 위해 언제까지 생명 내놔야…"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한 '고(故) 이남종 민주열사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이 고 이남종씨가 분신 당시 내걸었던 현수막을 비롯한 유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구호가 적힌 세로 5m 남짓한 길이의 현수막 2장. 같은 글귀를 담은 입간판 2개. 신나를 가득 담았던 4개의 플라스틱 석유통. 불꽃을 활짝 틔우기 위한 톱밥 1박스.

지난해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해 숨진 이남종(41)씨가 남기고 간 유품들이다.

시민장례위원회(장례위)는 3일 오후 2시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신 전 이씨의 마지막 행적과 유품을 공개했다.

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 최헌국 목사는 "유품을 보면 알겠지만 고인의 분신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며 "가족과 지인 얘기를 들어보면 고인은 학생 때부터 정의,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해 왔다. 생업을 이어가면서 직접 나서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그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품 공개에 이어 장례위는 이씨가 서울로 타고 온 렌트 승합차의 네비게이션 좌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분신 하루 전인 30일에는 서울 명동성당, 분신 당일에는 청계광장 등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례위에 따르면 27일에 이씨는 광주에서 출발해 전북 전주를 거쳐 충북 천안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광주로 돌아가기도 했다.

주제준 장례위 대변인은 이에 대해 "행적을 종합해 보면 고인은 적어도 분신하기 며칠 전부터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63)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심정을 밝혔다. 그는 "소통하고 서로의 마음에 담을 헐기 위해서 언제까지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아야 하냐"며 "이런 현실이 소름끼치도록 아프고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이남종의 뜻,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품 공개에 앞서 전날 장례위는 이씨가 남긴 수첩을 남대문경찰서로부터 돌려받아 수첩에 적힌 '유서' 7통 중 2통의 전문을 공개한 바 있다.

이씨는 전날 공개된 수첩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등 메모를 남겼다.

이씨의 장례는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시민장례위원회 주관으로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4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역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고향인 광주로 운구돼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hong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