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분신', 숭고한 희생" vs "분신하면 민주열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 사망한 고 이남종(40)씨와 관련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장례위원회'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씨의 유서와 유품을 공개했다.2014.1.2/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서울=뉴스1) 김종욱 인턴기자 =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 사망한 고 이남종(40)씨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이씨의 일생과 죽음의 의미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이어졌으며 주요 언론의 보도 태도를 꼬집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등 시민단체로 꾸려진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 장례위원회'(이하 시민장례위)는 2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남긴 유서 7통 중 2통의 전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유서는 이씨의 다이어리에 적힌 메모 형태의 글이었다. 시민장례위가 공개한 유서 한 통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등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글이었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 사망한 이남종씨의 유서. 2014.1.2 © News1 홍우람 기자

다른 유서에는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을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라는 짧은 글귀가 담겨 있었다.

시민장례위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활고로 인한 자살' 의혹과 보험 수급자 변경을 둘러싼 논란도 해명했다.

시민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유서에는 신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경찰은 고인이 경제적 이유로 분신한 것처럼 왜곡 발표했다"며 유서 내용 공개를 늦추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헌국 촛불교회 목사는 이씨가 명의를 이전한 보험은 운전자 보험이었다며 "운전자 보험에 들지 않은 동생에게 명의를 옮겨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에는 이씨의 분신과 그의 유서 내용을 기리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고 이남종 열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을 대신해 발생한 고귀한 죽음이다. 그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 "분노할 줄 모르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편안히 영면하시길…", "자필 유서를 보니 다시 한 번 억장이 무너집니다" 등 이씨를 추모했다.

반면 이씨의 죽음을 비하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정부에 반대하고 자살하면 전부 민주열사냐", "사람이 죽은 건 안타까운데 민주열사는 아니지", "나중에 기념비까지 세워달라고 할 기세네", "분신하고 자살하면 다 열사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광주에서 뭐하러 서울까지 올라왔느냐. 너무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해",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나라 탓. 박근혜 정부 싫어하는 세력의 한 사람이 자살한 거네" 등 이씨를 향한 추모 분위기를 불편해하는 이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러한 글을 접한 다른 누리꾼들은 "보수-진보, 지역감정 다 떠나서 사람이 죽었다. 이 순간까지도 나쁜 소리를 해야만 하느냐",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헐뜯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답답하다", "이 순간에도 정치적 잣대랑 지역감정 들이대는 건 대체 무슨 상식이지" 등 재차 비판적인 의견을 게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꼭 트위터뿐만 아니라 웬만한 커뮤니티에는 다 글이 올라오는데 공중파 뉴스에서는 소식을 볼 수가 없네", "종편 뉴스에만 겨우 등장하네요", "경찰은 대체 왜 처음 소식이 알려졌을 때 '생활고'를 강조했을까", "어떤 신문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빚 독촉' 이런 말을 포함해서 기사를 쏟아내더라",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기사를 쏟아내서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리는 현상 정말 무섭다" 등 비판적 견해를 쏟아냈다.

한편 시민장례위에 따르면 이씨의 장례는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역광장에서 열린다. 영결식 후 이씨의 시신은 고향인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monio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