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남종씨 유서 "공권력 대선개입, 대통령 책임"

"여러분, 두려움을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시민장례위, 2일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에서 유서 공개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 사망한 이남종의 빈소가 있는 서울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2일 시민장례위원회가 유서와 유품을 공개했다.2014.1.2/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사퇴,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실시"를 외치며 지난달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했던 고 이남종(41)씨는 지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마지막 글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등 시민단체로 꾸려진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 장례위원회'(시민장례위)는 2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남긴 '유서' 7통 중 2통의 전문을 공개했다.

경찰로부터 유서를 돌려받고 유족들과 상의를 마쳤다는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는 2종류의 유서를 낭독했다. 분신하기 전 이씨는 이날 공개된 다이어리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라고 메모를 남겼다.

이어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입니까"라며 "이상득, 최시중처럼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던 그 양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아니길 바랍니다"라고 메모 유서를 마무리했다.

또 다른 메모에는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을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라는 짧은 글귀가 담겨 있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후 1시쯤에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한 시민장례위 측은 이씨의 유서가 담긴 다이어리 1권을 돌려받았다.

시민장례위 측은 기자회견에서 이씨가 빚독촉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경찰 보도자료와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민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유서에는 신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경찰은 고인이 경제적 이유로 분신한 것처럼 왜곡 발표했다"며 "처음에는 유서를 촬영하려는 것도 막았고, 이는 유서 내용 공개를 늦추려 했던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장례위는 이씨가 분신 1주일 전 자신이 가입한 보험수급자를 동생으로 바꿨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최 목사는 "이씨가 마치 보험사기단인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이씨는 지난해 11월24일 운전자 보험에 가입했고, 운전자 보험에 들지 않은 동생에게 명의를 옮겨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보험은 가입 후 3개월이 지나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명의를 이전받은 동생이 사고가 나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보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씨의 분신 사망으로 동생이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은 없다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5시35분쯤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이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1일 오전 7시55분쯤 끝내 숨졌다.

시민장례위에 따르면 이씨의 장례는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4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역광장에서 열린다. 영결식 후 이씨는 고향인 광주로 돌아가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편 기자회견을 앞둔 오후 2시10분쯤에는 6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장례식장 앞 도로에 페인트 스프레이로 '불법대선무효'라는 글귀를 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빈소에는 전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강기정 의원 등에 이어 이날 박재정 민주당 의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등 정치인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hong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