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분신 이남종씨 '유서' 유족에 전달

경찰 "국민에 남기는 글 없어…'여러분께'"
박주민 변호사 "여러분이 국민 아니면 누구"

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국정권 대선개입 특검을 요구하며 서울역 앞 고가에서 분신해 숨진 고 이남종씨의 빈소가 2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박근혜 사퇴, 국정원 대선 특검 실시'를 외치며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이남종(41)씨의 '유서'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다이어리가 유족에게 전달된다.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중 이씨의 '유서'가 담긴 다이어리 한권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 다이어리에는 앞서 박 변호사가 전한 '안녕들 하십니까' 유서를 포함해 국민에게 2통, 가족에게 3통, 평소 도움받은 이들에게 2통 등 7통의 유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씨가 남긴 '안녕들 하십니까' 형식의 글과 '여러분께' 남기는 글 등은 다이어리 전체에 걸쳐 각 페이지에 대여섯줄 정도로 적힌 메모에 가깝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당초 알려진 '안녕들 하십니까'의 제목은 '안녕하십니까'이고 '국민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진 글에도 실제로는 '국민'이란 단어가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이어리를 보면 이씨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물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적은 글부터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이어리에 '미안하다', '행복하게 살라' 등 내용의 글이 있어 유서형식의 글이 있다고 밝힌 것"이라며 "다이어리 전체에 걸쳐 있는 글들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여러분께 드리는 글은 국민에게 전하는 '안녕하십니까' 옆 페이지에 적혀있었다"며 "유가족을 상대로 이런 글을 남기지는 않았을 테고 여러분이 국민이 아니면 누구겠느냐"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 다이어리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유족들에게 전달하고 유족은 다이어리 중 '여러분께' 남긴 글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5시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이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1일 오전 7시55분께 끝내 숨졌다.

이씨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스타렉스 승합차를 세운 뒤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는 세로 5m 길이의 현수막 두 개를 다리 아래로 내리고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시위를 벌이다 끝내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이씨는 분신 자살 1주일 전 자신이 가입한 보험수급자를 동생으로 바꾸고 휘발유통과 앰프, 차량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빈소는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등 200여명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민언련, 민동협, 한국진보연대, 기독교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은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장례위원회'을 구성했다.

시민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이씨의 장례는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역광장에서 열린다. 장지는 광주 망월동 구묘역이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