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분신男, '안녕하십니까' 유서 남겨(종합)
치료 받던 중 1일 오전 숨져
유족 "빚 독촉에 힘들어 해…정치와 관련 없어"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1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이모(40)씨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7시55분께 사망했다.
이 남성은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스타렉스 승합차를 정차한 뒤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는 세로 5m 길이의 현수막 두 개를 다리 아래로 내리고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시위를 벌였다.
이어 시위장소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서는 휘발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가 담긴 용기 2통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분신 시도 직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시위하겠다. 곧 불이 날 것이니 교통 통제를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수첩에는 "짐을 지우고 가서 미안하다.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갔다고 생각해라. 엄마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의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 형식의 글이 발견됐다.
수첩의 끝에는 '안녕들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는 내용의 정부에 대한 불만을 품은 글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의 이같은 글이 최근 대학가에 붙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와 유사한 형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광주시 북구에 거주하며 한 편의점에서 매장관리 일을 해오던 이씨는 분신 자살 1주일 전 자신이 가입한 보험 수급자를 동생으로 바꾸고 휘발유통과 앰프, 차량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수첩에 차량을 빌리기 위한 렌터카 회사 연락처, 현장에 내걸었던 현수막 제작업체 연락처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사전에 분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특정 단체나 노동조합 등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다"며 "형 사업으로 인해 생긴 카드빚 3000만원과 어머니 병환 등 복합적 동기로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씨의 형은 경찰 조사에서 "동생에게 카드 빚을 독촉하는 명세서가 온 것은 맞지만 이것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리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형 등은 형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각각 3000만원 상당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분신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씨의 빈소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등 200 여명의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장례는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다. 이씨는 이후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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