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학교서 음란행위…엽기 성범죄 무방비 노출
"퇴근길, 남성 길 묻더니 자위행위"
스마트폰 채팅 이용 범죄수법 다양화
"성욕 유발요인 팽배, 사회적 병리현상"
10대 청소년, 여성 등을 상대로 거리나 승강기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자위행위를 하는 등 수치심을 망각한 엽기적인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중견기업 이사부터 교사 등 사회적 지위를 갖춘 이들까지 엽기적 성범죄의 주범이 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을 노상에서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모 중견기업 이사 김모씨(59)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월26일 오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술집에서 평소 내연관계에 있던 A씨(50·여)와 술을 마시고 나온 뒤 길거리에서 A씨를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노상에서 A씨에게 "너만 보면 성욕이 생긴다"며 A씨를 무릎을 꿇게 한 뒤 바지 지퍼를 열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A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그 자리에서 자위행위를 했다.
또 지난 4월19일에는 학생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 등)로 서울 양천구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이모씨(55)가 구속됐다.
이씨는 자습시간에 한 남학생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행하고 학생이 달아나자 뒤쫓는 과정에서 복도에서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천의 한 대학교 본관 건물에서 남학생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자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처럼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변태 성범죄가 점차 늘면서 여성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27·여)는 "얼마 전 홀로 밤에 귀가하던 중 한 남성이 길을 물어 쳐다봤더니 바지를 내린 채 자위행위를 하고 있더라"며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그 영상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20대 딸을 가진 이경자씨(54)는 "요즘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성범죄 기사에 겁이 나 딸이 귀가할 때 집 앞에 마중을 나가고 있다"며 "음란행위 성범죄는 언제라도 성폭력 같은 강력범죄로 발전한 가능성이 커 문제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직장인 유모씨(26)도 "오래 전부터 음란행위는 있어 왔지만 적발이나 처벌의 대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어 요즘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며 "징벌적 행위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행위의 원인인 왜곡된 성의식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사회적 차원의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인터넷채팅 등 등장으로 이 같은 음란행위의 범죄수법이 점차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0대 청소년을 유인해 자위행위를 지켜보게 하고 그 댓가로 돈을 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스마트폰 채팅방에 "자위행위를 구경하면 10만원을 준다"는 내용의 광고를 올려 10대 청소년 3명을 유인해 이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김모씨(38)를 구속했다.
10대 청소년과 길거리 여성을 표적으로 한 음란행위 성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성폭력 발생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만5970건이던 성폭력사건은 지난 2012년 2만2933건으로 4년 만에 43.6%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점차 다양해지는 음란행위 등 성범죄 규제에 대해 '개인의 성적 충동 통제능력'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억제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균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는 최근 급증하는 음란행위 성범죄의 원인에 대해 "성욕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팽배한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하나 둘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이 성적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내적인 영향도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스마트폰, 인터넷채팅 등 최근들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광고 노출빈도가 증가하면 구매행동이 증가하듯이 성에 자주 노출될수록 성적인 행동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음란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스스로 성적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주변 시선, 사회적 양심 등 자기 조절능력을 길러 줄 수 있는 사회환경 등이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신기술이 점차 발달돼 가는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음란물을 통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근원적 차원에서 교육이나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도 "음란행위는 타인 앞에서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성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성적인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충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란행위 성범죄가 피해자들에게 입히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고려했을 때 이는 개인으로서도, 사회적으로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음란행위는 잠재적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본인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심리상담 등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기회를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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