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빠진 카피바라까지 덥석…"교육 목적 동물체험도 제한해야"
[국감브리핑] 민영 동물원 77% 체험 운영
이학영 "교육 목적 예외 규정 재검토해야"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온몸의 털이 빠진 카피바라가 몸을 긁고 다리 질환이 의심되는 사막여우는 자기 발을 물어뜯는다. 건강 이상을 보이는 동물들이 관람객에게 그대로 전시되고 관람객이 손을 넣어 덥석 만지는 모습까지 확인됐다.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을 금지한 법이 '교육 목적' 예외에 가로막혀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동물원 77%가 이 예외를 활용해 체험을 운영하면서 동물체험 금지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민영동물원 91곳 중 70곳이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계획'을 제출하고 동물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민영동물원의 약 77%에 해당한다.
2023년 12월 시행된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먹이 주기·만지기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시행령은 교육계획에 포함된 체험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동물체험을 제한하려던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올해 1~9월 민영 동물전시시설 23곳을 조사한 결과 16곳에서 제출한 교육계획과 실제 체험 내용이 달랐다. 교육계획 미제출이나 동물원 등록 없이 체험을 운영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의 약 78%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일부 시설은 계획서에 적힌 체험 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직원의 통제 없이 관람객이 동물과 접촉하도록 했다.
건강 이상이 있는 동물도 체험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올해 1월 전신 탈모 증상을 보였던 카피바라 두 마리는 약 한 달 뒤에도 피부 이상이 남은 상태로 관람객과 직접 접촉하고 있었다. 다리 질환이 의심되는 사막여우가 해당 부위를 계속 물어뜯는데도 먹이 주기 체험장에 전시된 사례도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질환의 원인과 감염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동물을 체험에 이용하는 것은 동물복지뿐 아니라 질병 전파 가능성 등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장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위반 사례에 대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요청해도 계도 조치에 그칠 뿐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적인 계획서 제출만으로 체험이 허용되지 않도록 상시 점검과 위반 내용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한 무분별한 체험에 대한 경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이학영 의원과 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어웨어는 조사 대상 동물원 21곳 중 20곳이 체험용 먹이를 판매하고 이 가운데 15곳은 급여량이나 구매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매뉴얼 개정만으로는 무분별한 체험을 규제하기 어렵다"며 만지기·먹이 주기 체험 금지와 동물원 교육 프로그램의 재정립을 촉구했다.
이학영 의원은 "법률로 동물체험을 금지했지만 시행령의 '교육 목적' 예외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교육 목적 예외의 기준을 재검토하고, 현장 점검과 제재를 강화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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