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육영수예요, 담배 줄이세요' 전화 받은 최불암…박정희 "쓸데없는 얘기"

암살자(들) 역사 왜곡 공방 속 일화 재조명

MBC '돌아온 레전드 수사반장-반장네 모임'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공방이 이어지면서 배우 최불암이 과거 육 여사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공개한 일화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최불암은 지난 2024년 4월 7일 방송된 MBC '돌아온 레전드 수사반장-반장네 모임'에서 드라마 '수사반장'이 방영되던 1974년 청와대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떠올렸다.

당시 최불암은 "1974년도 일요일이었다. 집사람이 전화를 받더니 '여보 청와대 부속실에서 전화가 왔어'라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받아서 어정쩡하게 기다리는데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나 육영수예요'라고 그러더라. 벌떡 일어났다"며 뜻밖의 전화에 놀랐던 당시를 회상했다.

육 여사가 최불암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수사반장' 속 그의 흡연 장면 때문이었다.

최불암에 따르면 육 여사는 "'담배를 몇 대를 태우세요?'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에 최불암이 "넉 대 태웁니다"라고 답하자 육 여사는 "아이고, 두 대로만 해요"라고 주문했다.

최불암은 "(내가) '네?' 했더니 '옆에 계신 분 대통령께서 '수사반장' 보며 넉 대를 따라 피운다'고 하더라"며 "'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 도중 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도 들렸다고 했다. 최불암은 "전화 너머 대통령께서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그래'라고 하시더라"며 "그게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수사반장'에는 최불암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담배도 연기의 일부였다"며 담배를 피우거나 연기를 내뿜는 방식으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약 50년 전 최불암과 육 여사 사이에 있었던 이 일화는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으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했다.

당시 수사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육 여사를 저격한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영화는 사건을 파고드는 기자와 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여러 가설과 극적 설정을 담으면서 개봉 전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존중한다"며 "작품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아닌 창작의 산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의 해명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영화 평점을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나는가 하면 배우들을 향한 인신공격성 반응까지 나오면서 영화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