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도왔는데"…봉사 나선 수의사들, 동물보호단체에 분노
동물병원 진료부 의무 공개 게시글 공유 논란
-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의무 공개를 요구하면서 전체 수의사를 비난하는 듯한 내용을 공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진료부 공개는 요구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편집된 글을 공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윤준병)는 회의를 열고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 내용이 담긴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4년 7월 발의했다.
최근 진료기록부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심해지는 분위기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알 권리와 동물진료업의 투명성을 내세워 진료부 공개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수의사는 진료항목 표준화, 자가진료와 진료부 온라인 공개 금지 등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공개 의무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동물단체가 '동물병원이 진료부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SNS 글을 공유해 수의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진료부 공개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비난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유실유기동물보호소 봉사를 10년 이상 하고 있다는 한 수의사는 인스타그램에 "동물단체가 내용도 읽지 않고 누가 주는 대로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했는지 수의사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놨다"며 "수년간 불쌍한 동물들을 보고 수많은 수의사들이 자기 시간, 자기 주머니 털어 대가 없이 봉사했는데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나 보다"고 적었다.
그는 "동물단체가 서로 비방하고 비난하고 고소고발 남발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등에 칼을 꽂을 줄"이라며 "같은 소비자입장에서 지지하고 글은 쓸 수 있지만 최소한 당신들을 도와준 사람들을 존중하는 모습은 보였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법이라는 것이 상호 보완 작용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둘 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법안 개정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수의사는 "아픈 동물이라고 무작정 데려와서 진료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진료 거부를 못 하게 하는 법도 문제"라며 "의료봉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내지도 않은 병원비를 부풀려서 후원받는 동물단체도 있다. 환경도 열악한데 후원금을 어디다 쓰는지 의심스럽다. 진료부가 공개되면 선의를 앞세워서 동물단체가 자가 진료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많은 동물병원이 의무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진료부를 보호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체 동물병원이 진료부를 비공개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반감도 나온다.
실제 일부 온라인 카페, SNS에는 동물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료부와 진료비 영수증을 올려 비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게시글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수의사는 "어떤 변호사가 자신이 보호자 대리인이라면서 다짜고짜 진료부를 요구하길래 '변호사가 맞는지도 모르고 변호사라고 해도 보호자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진료부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진료부 안 주는 나쁜 동물병원이라고 저격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동물병원에 진단서 요청하면 다 발급해 준다. 진료기록부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무조건 발급을 해주기가 어렵고, 발급해 줘도 기재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보호자가 소송을 한 경우도 있다"며 "동물병원 의료사고 주장은 치료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보호자의 불만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람 의료 같은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진료부 공개만 의무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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