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앞두고 고개든 '법왜곡죄' 카드…정치 공방에 남용 우려
전재수 '불기소' 처분에 고발 접수돼…오세훈 "특검 고발 검토"
수사기관 처분에 '반격' 수단 활용…"국민적 불신 초래 걱정"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수사나 처분 결과에 반박하는 수단으로 '법왜곡죄'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선거철마다 수사기관의 판단 자체를 정치 쟁점화하는 흐름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시장은 후보로 확정된 뒤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전재수 의원에 대해 "법왜곡죄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이라고 공세를 가했다. 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전 의원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실제로 합수본의 김태훈 본부장 등 관계자들에 대한 법왜곡죄 등 혐의 고발장이 전날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상태다.
합수본은 전 의원이 2018년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 시계와 현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온 끝에 지난 10일 불기소 처분했는데, 고발인은 '금액을 특정할 수 없다', '(뇌물 가액이)3000만 원 이상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 등 이유로 불기소한 것은 법왜곡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법왜곡죄가 수사 기관의 처분 결과에 대한 '반격'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의해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민 특검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총 10회에 걸쳐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지난달 18일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사기 범행 일체를 자백한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를 기소하지 않고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만 기소한 특검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기에 맞춰 기소해 선거철에 재판받을 수밖에 없게 하는 특검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사법 개혁'으로 법왜곡죄가 시행된 직후인 지난달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법왜곡죄가 시행 이후 첫 선거 국면을 앞두고 수사 기관의 처분에 대한 반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철 정치 공방에 남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2)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형사법관, 검사, 경찰관 등이 적용 대상이다.
법왜곡죄는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다만 수사·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해 수사·사법기관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검 파견 경럭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를 앞둔 후보들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덮거나 반격하기 위해 앞으로 법왜곡죄 카드를 쓸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할 일을 다하는 것 뿐인데 마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를 한다는 누명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 수사관은 "법리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 단순히 정치적 수단으로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남용될까 걱정"이라며 "국민적으로도 수사 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까 우려가 된다"고 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104건의 법왜곡죄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했다. 대상자는 법관 75명, 검사 52명, 경찰관 149명이다. 고소 취소, 비신분자 대상 등을 이유로 10건은 종결 처리됐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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