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해도 모자란 판에"…여성의당, 리얼돌 수입허가 판결 규탄
법원 "사적 공간 성인용품 허용"… 현실은 '체험방' 등장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성인용품 '리얼돌'의 통관이 허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들의 기자회견이 8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진행됐다.
여성의당은 10대 청소년부터 디지털성범죄 연구자, 활동가 등과 함께 리얼돌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여성 인권 짓밟는 강간인형 즉각 규제하라"라고 외쳤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모 성인용품 업체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2월 26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성인용품이 성인의 사적 공간으로 제한되는 경우 등에는 법률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인데, 수입 통관 단계에서 물품의 형상만을 기준으로 풍속을 해치는지 여부를 정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를 본뜬 형태가 아니라면 수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실제 리얼돌의 형태와 제작 과정, 유통 방식을 근거로 대법원이 안일한 판결을 내렸다고 성토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애초에 (재판부는) 리얼돌을 본 적은 있는 거냐. 지금 국내에서 리얼돌이 어떤 식으로 판매되는지 실태 파악은 된 거냐"고 꼬집었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과 달리 리얼돌은 여성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추가금을 내면 '처녀막'까지 옵션으로 달 수 있다"며 "사람같은 촉감을 만들고 음성 기능을 도입해 순종·저항모드까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대 청소년 A 씨는 "16세가 아닌 17세 이상의 청소년의 신체를 본딴 리얼돌은 성행위 도구로 취급되어도 되냐"며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는 인형은 어떤 인형이냐" "성인이라고 우기면서 리얼돌에게 교복을 입히면 통과가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A 씨는 "규제를 강화해도 모자를 판"이라며 일그러진 성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지털 기반 성범죄를 연구하는 백가을 씨는 "리얼돌은 본질적으로 남성용 자위기구인 소비재"라고 정의하고 "사용 편의성을 위해 리얼돌은 실제 인간 성인 여성보다 더 작은 키와 몸집, 더 가벼운 무게를 가진 형태로 제작·유통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아동·청소년과 유사한 신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라고 짚었다.
유지혜 여성의당 대변인은 "리얼돌은 사적 공간을 넘어 '체험방'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성매매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판매업자와 체험방 운영자들은 여대생·모델·특정 연예인 등 실제 여성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며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가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소비되는지 고려해 그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를 향해 "지금이라도 리얼돌 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리얼돌 제작·유통·판매를 강력히 규제할 수 있는 입법에 즉각 착수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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