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비용이 늘어나요"…고환율에 우는 유학생·여행객

달러·원 환율 1500원대에서 '얼음'…환전 시기 두고 눈치싸움
신혼여행 떠나는 부부 숙박비 단숨에 수십만 원 급등…"환율 직격타"

코스피 지수가 5% 넘게 오르며 장 초반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2026.4.1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달러·원 환율이 지난 31일 1530원 선을 뚫었다. 해외 체류자 및 예정자들은 숨만 쉬어도 늘어나는 비용 부담에 등골이 휘고 있다.

1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대비 21.6원 내린 1508.5원에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3주 내로 이란을 떠나겠다"며 전쟁 종료를 시사하자 전날 대비 20원 넘게 급반락했지만 여전히 1500원대 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서 가장 사정이 급한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비 지원을 받는 유학생들이다.

미국 LA에서 교환 학생 생활을 하는 22세 정 모 씨(여)는 하루하루가 환율과의 눈치 싸움이다. 그는 "한국에서 가져와야 하는 돈이 있어 환율이 내려가길 기다리는 중이지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 걱정"이라며 "허리띠를 졸라맨지도 한참이지만 부모님께 더 손을 벌릴 수 없어 매일 환율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생 아들을 미국 뉴욕으로 유학 보낸 박 모 씨(49)는 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매번 최악이라고 하지만 이번 전쟁 사태로 또 다른 최악인 것 같다"며 "매일 뉴스에서는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라는데 1600원 돌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비싼 미국 대학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박 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유학 생활 자체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며 "지난해에 비해 한 달 생활비만 300만 원은 더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에게는 '걱정 말라'라고 안심시키고 있지만 언제 돈을 송금을 해야 할지, 대리운전 등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대학교로 진학하려던 이들도 학비와 고환율 부담에 한국 입시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유학과 교환학생 수학을 앞둔 대학생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항공권 가격이 180만 원이 넘었다며 가격이 내릴 때까지 버틸지, 지금 당장 구매할지 묻는 설문조사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왜 내가 해외 석사를 가려 할 때 환율이 미친 듯이 오르는 거냐'고 울분을 토하는 학생도 있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마감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올해 몰디브와 싱가포르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박 모 씨(30·여)는 최근 갑자기 뛴 경비에 두 눈을 의심했다. 박 씨는 "리조트 숙박비만 한순간에 80만 원이 올랐다"며 "리조트가 제시하는 금액은 그대로인데 환율 직격타를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 미리 달러를 바꿔둔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월부터 약 6개월간 세계 일주에 나선 임 모 씨(20대)는 "환율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예상 여행 자금의 반만 안전 자산인 달러로 바꿨다"며 "지출이 매우 크지만 미리 사둔 달러의 가치가 많이 오른 탓에 심리적 부담은 덜 하다"고 했다.

임 씨는 "만일 미리 달러 환전을 하지 않았다면 여행 비용이 최소 5~10%는 더 들었을 것이고, 여행 기간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며 "더 바꿔둘 걸 그랬다. 곧 바닥을 드러낼까 불안하다"고 아쉬워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