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모유 수유가 잘못인가요?"…레스토랑서 쫓겨난 엄마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한 여성이 모유 수유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는 사연이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국내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하는 여성을 불편해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4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아리스 코피엑은 최근 남편, 4세·2세·생후 4개월 된 세 딸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조지아주 블루리지의 유명 강변 식당 '토코아 리버사이드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

코피엑은 식사하던 중 막내가 울자 즉시 가리개로 몸을 가린 채 모유 수유를 했다. 그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가 상의를 내리고 큰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던 중,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여기서는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면서 퇴장을 요구했다.

코피엑은 "그때는 이미 수유가 끝난 상태였고, 한쪽 팔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쪽으로는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다"라며 "사장은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 '내 식당을 보호해야 한다. 구석으로 가라'라고만 했다"고 황당함을 전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큰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기다렸고, 남편과 일행은 안에서 계산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이 남성들에게는 사과했지만, 내게는 사과하지 않았다"라며 "다시 짐을 챙기려고 가게 안에 들어갔을 땐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제가 '조지아주 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할 권리가 있다'고 차분히 설명했는데 사장이 격분했다"고 떠올렸다.

코피엑은 당시 상황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영상에는 카운터 뒤에 서 있던 한 남성이 아기를 안고 있는 코피엑을 향해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코피엑은 "너무 공격적이었다. 아이들을 당장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느꼈다"라며 "처음에는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사과할 뻔했다. 하지만 여성은 모유 수유를 할 법적 권리가 있고 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상기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조지아주 법은 "어머니와 아기가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는 모든 장소에서 모유 수유할 수 있으며, 수유를 이유로 퇴거 또는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식당의 소유주는 팀 리히터(67)로 알려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식당 주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영상 속 인물이 자기인지에 대한 확인은 거부하면서 "나는 이 식당을 33년간 운영해 왔고, 33년간 모유 수유를 허용해 왔다. 이번 사건은 조회수를 노린 연출"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도 공공장소 모유 수유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한 누리꾼은 카페에서 모유 수유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구석 모서리로 가서 등을 돌리고 담요로 가린 채 수유하는데, 20대 젊은 여자 두 명이 지나가면서 '저렇게까지 하면서 뭐 하러 밖에 나와 수유하냐. 보기 불편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시대이긴 하지만 '너희도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 낳거든 절대 나오지 말고 집에만 있어'라고 한마디 못 하고 쭈굴해진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속상해했다.

또 다른 아이 엄마도 카페에서 가리고 수유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하는 모습 불편하세요? 참으세요. 배고픈 아기가 참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장소를 목적에 맞게 써야지. 카페가 젖 내놓고 수유하는 곳이냐? 케이크나 커피만 맛있게 먹고 나오면 되는 곳"이라며 "(모유 수유가) 생리적인 현상도 아니다. (생리적인 현상이면) 갓난아이 데리고 있는 엄마들이 공원, 카페, 교회, 절, 마트, 식당 등 아무 데서나 모두가 다 하고 있겠지"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모유 수유하는 거 신경은 안 쓰이는데 화장실이라도 가라", "가리면 괜찮다", "나도 아이 엄마지만 남이 수유하는 거 별로 안 보고 싶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안 그래도 저출산에 애 낳고 열심히 사는데 이건 아니지. 그러면 애가 배고플 때마다 화장실 가서 애 밥 먹여야 하는데 이러면 누가 한국에서 애 낳고 살고 싶겠냐? 이런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저출산을 일으키는 것", "배고픈 자식에게 밥 먹이는 엄마가 대체 어떤 불편을 주는 거냐", "애가 밥 먹는 게 왜 기분 상하는 일이냐? 화장실 가서 먹이라고? 그럼 본인들도 밥을 화장실에서 먹고 싶냐?", "충분히 가렸는데 뭐가 문제냐" 등 분노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