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나 몰라라 하는데"…양육비선지급 최소한 안전망(종합)

현장소통 간담회…내년부터 선지급금 회수 본격화
"인력 확충·시스템 고도화 통해 회수율 높일 것"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양육비 선지급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아이 아빠도 나 몰라라 하는데, 국가가 지원해 준다는 게 얼마나 큰지"자녀 3명을 홀로 키우는 40대 A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자녀 1인당 매달 70만 원씩, 총 21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받기로 했지만 지난 2023년 이혼 이후 2년이 넘도록 실제로 받은 돈은 지난 6월 30만 원, 8월 10만 원이 전부였다. A씨는 "그 두 번도 이혼 직후가 아니라 계속 끌다가 겨우 받은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혼 직후의 생활에 대해 A씨는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 돈을 모은다는 개념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두 살배기였던 막내 아이만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머지 두 아이는 밤늦은 시각까지 집에 두고 나와야 했던 A씨는 매일 오후 9~10시까지 식당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하지 않은 일이 없다. 그는 "너무 길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아이들에게 미안하긴 한데 일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깐요"라고 울먹이며 답했다.

A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양육비 선지급제'를 알게 된 뒤 지난 7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전 남편이 간헐적으로 지급했던 몇십만 원의 소액 양육비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양육비를 거의 받지 못했는데도 그 소액 때문에 선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고 말했다.

이후 제도 개선으로 선지급 신청 요건이 완화되면서 A씨는 지난 9월부터 자녀 3명에 대해 매달 60만 원의 선지급금을 받게 됐다. A씨는 "차이가 크죠. 하지만 아이들 아빠도 아이들을 나몰라라 하는데 정부에서 지급을 해준다는 게 어디냐"며 "이번에 (선지급금이) 들어와서 (첫째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가방을 사줄 수 있어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했다.

A씨의 사례처럼 양육비를 받지 못해 생계와 돌봄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던 한부모들의 현실을 직접 듣고, 제도 시행 이후의 효과와 보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성평등가족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육비 선지급제 정책대상자 인터뷰 및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먼저 월 20만 원을 지급한 뒤, 이후 채무자에게 회수하는 제도다. 2005년 처음 법안이 발의된 이후 20년 만에 올해 7월 시행됐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1월 말까지 선지급을 신청한 가구는 5963가구이며, 이 중 3868가구에 대해 지급이 결정됐다. 해당 가구의 미성년 자녀는 6129명으로, 지급 결정액은 총 54억5000만 원이다. 선지급금 회수 절차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미성년 자녀 4명을 홀로 키우는 50대 B씨도 이날 인터뷰에서 선지급제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됐다고 말했다. B씨는 2016년 이혼 판결로 자녀 1인당 월 50만 원씩 총 200만 원의 양육비를 받도록 결정됐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지급받지 못했다.

B씨는 "큰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1단을 땄는데 승급비 11만 원이 없어 보내지 못한 적이 있다"며 "(선지급금이)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아이들 앞에서 덜 미안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한부모도 많다"며 "서류 절차를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선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과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을 비롯해 양육비이행관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 양육비 선지급 또는 채무자 제재를 신청한 정책대상자 3명이 참석했다.

정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양육비는 자녀의 기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비용으로, 부모의 최소한의 의무이자 아동의 안정적 양육환경을 보장해야 할 국가적 책무"라고 밝혔다.

이어 "선지급제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지급한 양육비를 회수해 비양육부·모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제도"라며 "내년부터 선지급금 회수를 본격화하고, 징수 인력 확충과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회수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