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시부모, 상견례 장소로 비건 식당 고집…신랑도 '당연히 따라야지'"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상견례 장소를 비건 식당으로 고집하는 예비 시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는 사연이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졌다.

글쓴이 A 씨는 "상견례 장소 하나 정하는데 벌써 숨이 막힌다"고 운을 뗀 뒤 "예비 시부모는 완전 비건이다. 신념으로 비건 생활을 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 자체를 존중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견례 장소를 비건 식당으로 고집한다는 점이다. A 씨는 "타협도 없고, 선택지도 없다. 더 답답한 건 예비 신랑의 태도다. '부모님이 비건이니까 상견례도 비건 식당이 맞다' '어른들 중심 행사인데 우리가 맞춰야지'라며 자기 부모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다"고 답답해했다.

A 씨는 예비 신랑 집에 초대받아 밥을 먹었을 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메뉴는 맹맹한 미역국에 액젓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 고춧가루 맛만 강한 텁텁한 김치 그리고 몇 가지 나물 반찬이 전부였다"라며 "비건 식단이라는 걸 감안해도 '이게 손님을 초대했을 때 내주는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도 없고 배려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A 씨는 '결혼하면 어차피 따로 살 거고, 매일 같이 밥 먹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그냥 넘기자'고 생각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상견례 장소까지 비건 식당을 당연한 전제처럼 밀어붙이는 시부모를 보고 집에 초대받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며 "단순한 식단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예비 신랑은 집에서 사실상 강요된 비건 식단으로 살아왔다. 반찬 자체가 전부 비건 음식이라 선택권이 없었고, 고기나 생선은 거의 못 먹고 컸다더라. 밖에 나와서야 자유롭게 육식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상견례 얘기만 나오면 부모님 편에 서서 '이해해 줘야 한다' '당연한 거다'라고 말한다"고 황당해했다.

A 씨의 부모는 "이게 무슨 경우냐. 상견례는 서로 배려하는 자리 아니냐. 처음부터 이렇게 나오면 결혼 후엔 더 심해질 거다", "저 집안은 손주 낳으면 손주 식단까지 간섭할 집이다. 이유식, 간식, 학교 급식까지 참견할 거다"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A 씨는 "솔직히 저도 부모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이 불안을 예비 신랑에게 얘기했더니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냐? 부모님은 강요 안 하신다'고 감싼다. 평생 식단을 강요받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냐?"고 의아해했다.

이어 "제가 지금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비건 식당이 싫다는 문제가 아니다. 이 결혼에서 앞으로도 계속 제가 참고, 제가 맞추고, 제가 이해해야 하는 구조인지 그게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견례 장소를 비건 식당으로 하는 게 정말 상식이냐? 일반 식당에서 비건 메뉴 있는 곳을 제안하는 게 그렇게 큰 결례냐? 아니면 지금 이 단계에서 이미 경고등이 켜진 거냐?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은 건지 진짜 솔직한 조언 부탁드린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이상한 거 알면 상견례고 뭐고 헤어져라. 종교 강요랑 똑같은 거다", "비건 정상. 육식 정상. 비건 강요 비정상. 육식 강요도 비정상. 이미 자식에게 강요한 전례가 있고 어려운 예비 사돈께도 강요하고 있지 않냐", "비건의 신념을 지키는 건 좋지만 상견례 자리나 손님 식사 대접까지 배려를 강요하는 게 문제" 등 이별을 추천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