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테타'에서 '역사적 행동'으로…정권교체 후 평가 바뀐 '총경회의'

경찰청, 3년만에 동일 장소에서 재평가 세미나 개최해
경찰국 반발해 징계·좌천됐던 총경들 '명예의 전당'에 올라

지난 2022년 7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렸던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당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내용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3년 전 '쿠데타·항명'이라 비판을 받았던 경찰 '총경회의' 참석자들이 정권이 교체된 이후 '경찰 중립성의 수호자'로 다시 인정받게 됐다.

경찰청은 27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경찰의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 8월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국이 폐지된 이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재정립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이날 행사는 2022년 7월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에 참석했던 총경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성격이 짙었다.

일단 행사 장소인 최규식홀은 2022년 7월 23일 류삼영 전 총경 주도로 전국 총경 50여 명이 모여 총경회의를 열었던 그 장소다.

당시 현장에 모인 이들은 '경찰국 설치는 역사적 퇴행'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이에 당시 경찰 지휘부는 회의를 주도한 류 전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이후 다수의 참석자가 한단계 아래 계급인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 회의를 주도한 류 전 총경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좌천 발령되자 의원면직으로 퇴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경찰국이 폐지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경찰청은 이날 세미나를 통해 총경회의의 성격을 항명이 아닌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 행동'으로 재규정했다.

이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은 경찰이 오랜 역사 속에서 지켜온 핵심 원칙"이라며 "총경회의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역사적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직무대행은 이날 세미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중립적이고 민주적인 경찰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당시 불이익을 감수하고 회의에 참석했던 총경들을 포함해 경찰과 학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경찰국 설치 경과와 운영 평가 △경찰의 중립성·민주성 확보 방안 등 2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박병욱 제주대 교수와 최종술 동의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당시 회의 참석자였던 채경덕·이화섭 총경이 토론자로 나섰다.

세미나 직후에는 '전국 총경회의 전시대 제막식'이 열렸다. 최규식홀 로비에 설치된 전시대에는 당시 회의 사진과 회의록 보도자료 등이 전시됐다.

특히 총경회의 참석자 55명과 지지 의사를 밝혔던 동료 등 총 364명의 이름을 개별 명판에 새겨 경찰의 상징인 무궁화 모양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공개됐다. 징계 대상자 명단이 '명예의 전당'으로 바뀐 셈이다.

경찰청은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권의 성향에 따라 경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