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고 주 80시간 일해"…'런던 베이글' 20대 직원, 입사 1년만에 사망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뉴)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가 주 80시간에 가까운 초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런베뉴 인천점 주임 고 정모(26) 씨는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함께 살던 동료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신고 9분 만에 도착했지만 숨을 거둔 뒤였다. 고인이 입사한 지 14개월 만이었다.
스케줄표와 카카오톡 대화 내역으로 추정한 결과 고인은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 일했다. 숨지기 나흘 전인 7월 12일 인천점이 새로 문을 열며 하루 평균 13시간 일했고 휴무일에도 동원됐다.
고인은 사망 하루 전 오전 8시 58분에 출근해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퇴근하면서 연인에게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휴게시간이 부족해 끼니를 거른 정황은 사망 직전 주 내내 발견됐다.
유족은 이를 근거로 지난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며 근로 시간 입증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선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기존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키 180cm, 몸무게 78kg의 건강한 체격이었으며 2023년 건강검진에서도 의심 질환이 없었다.
숨진 고인과 동창이라고 밝힌 A 씨는 "사고가 나기 2~3주 전에 마지막으로 통화도 했었다"고 밝히며 "통화하면서도 '요즘 일이 많다'는 얘기도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조만간 보자는 얘기로 통화를 마쳤던 게 후회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고인은 중, 고등학교 때 운동도 잘하고 체격도 좋은 친구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헬스도 꾸준히 하고 체력도 좋았다. 평상시 지병도 없었다"며 "확실한 경위 조사 및 사측의 사과가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 말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만성 과로와 급성 과로가 겹쳐 과로사로 이어진 것 아닌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유족이 요구하는 근로 시간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도 철저한 근로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도 '청년 핫플레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실상은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갈아 넣은 기만 기업이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 사건은 런베뮤의 노동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그럼에도 런베뮤는 '청년 핫플레이스'로 포장해 소비자 앞에서 뻔뻔하게 상품을 팔았다.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런베뮤의 행태는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며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베이글 열풍의 주역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9월 서울 안국동에서 처음 문을 연 뒤 현재 전국에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2000억 원 규모로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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