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동 학대 100% 막을 순 없어도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솔직한 말로 아동 학대를 100% 막을 순 없어요. 극형을 내려도 반드시 누구는 어떤 아동을 학대하겠죠."
2020년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하게 된 정인이의 5주기를 앞두고 정인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비롯해 이후 개편된 아동 학대 제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중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 있다.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 학대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을 들었을 때인데, 해당 전문가는 "정인이 사건 이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개개인이 아동에게 감정 조절을 잘하고 신고 체계가 달라지고 대응 방안이 강화되어도 반드시 어떤 어른은 자신의 아이든, 남의 아이든 학대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던 취재 중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기도 한 말이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바뀐 것은 많다. 국회에서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아동 학대 대응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가장 큰 변화라고 언급한 것은 초동대응 방식이다. 기존에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민간 아동보호 기관과 함께 출동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아동 학대 전담자가 경찰과 함께 현장에 가 분리 조치하는 등 후속 조치에 대해 함께 대응한다.
경찰은 정인이 사건 이후 모든 아동 학대 사건에 곧바로 출동하도록 체계를 강화했고, 아동 학대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아동 학대 판단회의'를 설치했다. 아울러 아동 학대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등 후속 조치도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4 아동 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이는 △2020년 43명 △2021년 40명 △2022년 50명 △2023명 44명 △2024년 30명으로 정인이 사건 이후로도 매년 30~50명의 아동이 사망하고 있다.
실제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여러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2023년 5월 20대 친모가 생후 40일 된 아들을 방바닥에 떨어뜨린 뒤 방치해 숨지게 했다. 대구에서는 2023년 2월 생후 7일 된 여아를 불법으로 입양한 뒤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는 이상 증세를 보여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녀도 있었다.
아동 학대를 전부 막을 순 없다고 말한 전문가의 말처럼 참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막고, 다 찾아내야 하고,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인이와 같은 아이가 점차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바뀐 체계를 계속 점검하고, 또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처럼 정말 안타까운 사건을 통해 교훈을 찾고, 또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정말 마음 아픈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아동 문제와 관련해 항상 함께 언급된다. 아동 학대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개편된 아동 학대 대책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이웃의 눈과 관심, 각 역할을 담당하는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나 흘렀다. 또 다른 정인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인이를 잃은 뒤 해야 할 일에 대해 모두가 돌아봐야 할 때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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