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추행한 이장 "마을 떠난다"더니…피해자와 한 버스로 단체 여행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성추행 가해자인 전직 마을 이장과 13시간 동안 단체 여행한 70대 여성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북 청송에 사는 피해 여성 A 씨는 2019년 11월 전직 마을 이장 B 씨에게 성추행당했다.
당시 B 씨는 A 씨의 집에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A 씨의 발을 만졌고, A 씨가 놀라 일어나자 끌어안고 A 씨의 손을 자신의 중요 부위에 갖다 대는 등 강제 추행을 저질렀다.
이후에도 B 씨는 마을 업무 관련 서류에 서명받겠다는 명목으로 A 씨 집을 찾아간 뒤 추행했고, A 씨가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보였음에도 성추행을 6차례 저질렀다.
A 씨는 혼자 참고 가슴앓이를 하다 2023년에 진행된 마을 총회 때 용기를 내고 "혼자 사는 할머니 겁탈하려는 사람이 무슨 이장이냐"고 폭로했다. 결국 B 씨는 성추행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7월 출소했다.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마을을 떠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출소 후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해당 약속이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한다.
이후 문제의 사건은 B 씨가 출소한 지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16일 발생했다.
이날 A 씨는 정부 지원으로 마련된 마을 단체 여행에 참석했다가 B 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13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와 장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했던 부적절한 상황이 벌어진 것.
B 씨의 동행 사실을 알지 못했던 A 씨는 여행이 시작된 뒤 집에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가해자를 보자마자 몸이 얼어붙고, 떨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 종일 죽다가 살았다"라며 "저는 버스 뒤쪽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었고, B 씨는 앞쪽 통로에 앉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함께 여행을 떠난 일부 주민들 역시 버스 앞쪽 통로에 앉아 있던 B 씨를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B 씨에게 여행 참여를 권유한 인물은 현직 마을 이장으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 이장은 "B 씨 아내를 통해 참석 여부를 물었을 뿐이지, 권유한 게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법률적 지식이 없어서 아예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B 씨의 성추행 사건 이후 마을 이장이 2번 바뀌었는데, 이장 2명 모두 B 씨를 비호하는 세력"이라며 "B 씨가 이장을 맡았을 때 나머지 2명은 마을 운영위원 등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매우 친했던 것으로 안다. 분명 똘똘 뭉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B 씨의 뒤를 이어 이장을 맡은 사람은 제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이후 중간에서 합의를 요구하면서 괴롭혔다. 그다음 현재 이장은 마을 사업에서 저를 제외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현 이장은 "B 씨를 포함한 전직 이장들과는 마을 일로 이견이 많았다"며 "친한 사이는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 씨는 해당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에야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를 뒤늦게 취했다고 밝혔다.
A 씨의 딸은 "이제라도 조치가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법의 벽은 너무 높고 두껍다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동시에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선제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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