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아파트, 반려견 산책 금지 사실 아냐…왜곡 보도로 갈등만"
반려견 산책 논란의 진실…공존 모색해야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지난 6월 충남 예산의 한 아파트에서 진행된 '반려견 산책 금지 투표'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일부 언론은 2표 차이로 아파트 산책이 금지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지면서 반려견과 함께 사는 입주민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해당 아파트 입주민 제보에 따르면, 당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아파트 내 지상공원에서 반려견 산책 금지에 대한 찬반 투표 안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부착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460여 세대 주민을 대상으로 전자 투표가 진행됐고, 결과는 찬성 203표, 반대 201표였다. 하지만 이 결과를 근거로 산책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담당자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내 전기·도로·주차장·가스·승강기 등 시설 관리와 운영 기준을 정할 수 있으며, 부대시설과 복리시설도 포함된다"며 "이에 따라 반려견 산책 관련 운영 기준을 정할 수는 있으나, 동물보호법 등 상위 법령에 위반되는 내용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박영헌 법률사무소 단비 변호사는 "반려견 산책 시 보호자가 지켜야 할 의무는 이미 동물보호법에 규정돼 있다"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를 넘어서는 제한을 의결한다면 법적 효력은 인정되기 어렵고, 의결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주민들은 "최근 '산책 시 기저귀 착용', '지상공원 반려견 대소변 금지, 위반 시 과태료 50만 원' 등의 문구가 담긴 안내문과 현수막이 게시돼 마치 산책이 전면 금지된 것처럼 오해한다"며 "반려견을 데리고 나오는 것만으로 일부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이 잦아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한다.
아파트 관계자인 A 씨는 "입주민이 반려견 배설물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는 드물고, 과태료가 부과된 적도 없다"며 "시골 특성상 민가에서 풀어 키우는 개들도 돌아다녀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갈등이 실제보다 커진 것처럼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화단 훼손이나 공용공간 기물 관리 문제 때문에 우려가 있다"며 "아파트 미화 담당자들이 동물 배설물 문제로 고충을 제기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산책을 막자는 게 아니라, 절충안으로 배변 패드(기저귀)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인근에 별도의 산책로가 있으니,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은 외부에 나가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대소변 금지 등 일부 문구는 법적 사실과 달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 제16조는 반려견 소유자가 외출 시 배설물을 즉시 수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변의 경우 엘리베이터, 계단 등 건물 내부의 공용공간 및 평상 ·의자 등 사람이 눕거나 앉을 수 있는 기구 위의 것으로 한정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배포한 '펫티켓' 가이드라인 역시 △외출 시 반드시 목줄 착용 △배설물 즉시 수거 △공동주택·다중이용시설에서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관리 △엘리베이터·복도 등 공용공간에서 안전거리 유지 등을 권고한다. 즉, 현행법과 펫티켓 모두 '올바른 관리와 배려'를 강조할 뿐 산책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선 지금, 일부 주민의 불편과 반려인의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는 갈등이 아닌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반려인들은 기본 의무를 철저히 지키고, 비반려인들 역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