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모아놓고 14세 임신시켰다"…50대 韓남성, 필리핀 공부방서 만행

A 씨가 마리아를 무릎 위에 앉힌 모습. ('그것이 알고 싶다')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필리핀 빈민가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던 55세 한국인 남성 유튜버가 14세 소녀를 임신시켜 현지에서 체포된 가운데 그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미라클 베이비와 스폰서 - 필리핀 유튜버 아동 성폭력 사건'이라는 주제로 필리핀 빈곤 아동 후원 채널에 대해 추적했다

과거 종교인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A 씨(55)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행을 결심했다. 당초 그의 콘텐츠는 '여자 만나기'가 주제였으며, 젊은 영상들과 친분을 만드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A 씨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2023년 초부터 빈민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며 후원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필리핀의 가장 가난한 동네를 찾아가 자리를 잡았고, 채널이 유명해지면서 많은 후원자를 모았다. 후원 방송에서는 거액의 후원금이 오갔다.

특히 A 씨의 방송에는 여자아이들을 모아 밥과 용돈을 주는 장면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후원자의 닉네임을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인사하거나 후원자들의 요구에 따라 춤추고 노래했다.

A 씨가 마리아와 나눈 대화. ('그것이 알고 싶다')

그러던 중 A 씨가 지난 6월 아동 성 착취 및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됐다. 자신의 후원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공부방 14세 마리아(가명)를 임신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채널 구독자인 한 남성은 "A 씨에게 개인적으로 '남자로서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근데 본인은 오로지 공부방만 생각한다고 해서 믿음이 있었다"라며 "근데 나중에 아기가 영상에 나오니까 '개XX'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한 배신감이었다"고 분노했다.

A 씨의 범행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도 공부방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마리아의 또래인 레이철(가명)은 "A 씨가 옷을 다 벗고 있었다. 마리아는 우릴 안 보려고 뒤돌아서 누워 있었다"라며 "두 사람은 방에 있었고 저는 옆에 있었다. 마리아가 A 씨 무릎에 앉았다. 그리고 A 씨가 성인물에서 나온 장면을 해봐도 되냐고 저한테 물었다. 소름 끼쳐서 (하지 말라고) 마리아 손을 살짝 꼬집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친구인 제인(가명)은 "아이들과 장난치던 A 씨가 갑자기 와서 발로 제 민감한 부위를 계속 찼다. 손으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고 피해를 전했다.

레이철은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형편이 더 어려워져서 나오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아이들이 후원 때문이라도 공부방을 관둘 수 없다는 걸 A 씨가 알았을 거라고 주장했다.

유튜버, 여전히 혐의 부인…피해자 언니는 "나 대신 대가 치렀나" 울분
('그것이 알고 싶다')

마리아의 어머니는 "(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이미 임신 5개월 됐는데 어떡하냐"라며 "학교 가길 엄청 기대하고 준비물도 사고 그랬는데 이 문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털어놨다.

마리아의 언니는 A 씨의 범행을 눈치채고 동생이 임신하게 될까 봐 지난해 이미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언니는 "A 씨가 무서웠고, 동생의 미래도 무서웠다"라며 "A 씨가 동생을 무릎에 앉힌 사진과 성관계를 요구하는 대화를 경찰에 제보했지만 경찰은 반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 채널의 첫 번째 현지 스태프였던 언니는 "A 씨가 내게 도움을 준 대가를 동생이 치른 것 같다. 내가 월급 받은 대가를 동생이 지불했나"라며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마리아는 "A 씨가 감옥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정 씨를 직접 체포한 경찰은 "피해자가 임신 전일 때도 이미 증거가 충분했다. 다만 바랑가이(동사무소)에서 신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정 씨를 아이들에게 공부방과 교육, 음식 등을 제공하는 자선가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제작진의 접견을 거절했다. 대신 그가 "한국인들은 이미 나에 대한 판단을 마쳤으니 소용없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