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100세 시대 인생 2막, 어떻게 보낼 것인가
김미령 대구대 명예교수(골든에이지포럼 대표) = 인간 수명 100세 시대,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다. 인구의 5분의 1이 노인이니 어디를 가나 노인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1980년 노인 인구 3.8% 때 만들어진 지하철의 노인석은 요즘은 노인들도 앉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23년 기준 83.5세(남성 80.6세, 여성 86.4세)이지만 은퇴 연령은 만 60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이른 은퇴를 하다 보니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가 노인들에게는 커다란 숙제다.
'무위'는 역할이 없는 것으로 '노인 4고'(四苦: 빈곤, 질병, 고독, 무위) 중 하나다.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에 의하면 2021년과 2023년 은퇴한 노인들이 은퇴 전과 비교해서 겪는 어려움의 첫 번째 응답은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이 나빠진 것 외에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보내는 것이 3순위였다. 두 번째 응답은 두 해 모두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보내는 것이 1순위였다. 역시 노인들이 무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은 부지런하고 바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바쁜 일상 문화'(busy ethics)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 후에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사회와의 단절, 자존감 저하는 물론 노인들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은퇴 후의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인생 2막을 경험하는 노인들에게 중요하다.
많은 학자가 성공적인 노후나 노년기의 삶의 질을 위한 활동적 노화, 생산적 노화를 설명하고 있다. 은퇴자들을 만나 어떻게 지내냐 물어보면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은퇴 후가 더 바빠 과로사할 지경"이라고 한다. 이는 비록 은퇴했지만 의미 있는 은퇴 생활을 하며 바쁘게 일상을 살고 있다는 표현으로, 은퇴 후에도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로 직장의 바쁜 일과 속의 생활은 그만두게 되지만 이것을 대체할 일거리, 소일거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일과(routine)가 있어야 한다. 즉 은퇴 전과 마찬가지로 하루나 일주일을 일정하게 구성하는 활동 등은 은퇴 후 인생 2막을 보내는데 무위를 해소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105세를 살고 계시는 김형석 교수님은 행복한 노년기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부, 일, 취미라고 하신다. 노년기의 여가 활동은 중요하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기 계발도 중요하다. 20~30년 남은 인생 2막의 삶을 위해 다시 자신의 삶을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 학창 시절에는 '국영수'를 잘해야 하고 은퇴 후에는 '음미체'를 잘해야 성공적인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새로운 어학을 배우며 걷기, 수영, 합창, 악기 배우기 등은 인생 2막에 성공적이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공부, 여가 활동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노년기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친구나 동료들과 대화가 통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려 해도 키오스크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인생 2막에 컴맹으로 살지 않기 위해서,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디지털 시대에 AI 시대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서 평생 학습하며 활동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역사회에 평생교육을 통해 교육받을 기회도 많고 활동할 기회도 많다. 그러나 노인들이 일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로, 사회 참여를 위해 노인일지리에 참여하는 노인도 기초연금 수급자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노인일자리사업이 2004년 처음 시작됐을 때는 노인들의 보충적 소득 보장을 위한 것이었으나 2016년에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나이 든 은퇴자들이나 노인들은 경제적인 여건에 상관없이 본인들이 원할 때는 일하고 배우고 사회에 참여하고 활동하기를 원한다. 모든 노인이 활발하게 인생 2막을 보내기 위해 노인일자리 명칭에 사회 활동이 들어간 것처럼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자격요건도 완화돼 은퇴 후에도 원하는 노인들은 소득에 관계없이 일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