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데려올게" 분만실 들어간 아내, 쌍둥이 낳고 '아이' 되어 돌아왔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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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쌍둥이 출산 중 뇌 손상을 입어 지능이 4세 아이 수준으로 떨어진 아내를 6년째 돌보고 있는 한 가장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안겼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쌍둥이 딸을 키우고 있는 30대 남성 A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A 씨는 대학교 때 만난 아내와 오랜 연애 끝 결혼했으나, 5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갖게 됐다.

평소 건강했고, 출산 직전까지도 별다른 이상이 없던 아내는 "천사들 데려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분만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약 40분 뒤 아내가 피를 흘리며 분만실 밖으로 실려 나왔다고.

당시 의사는 "분만 도중 아내의 심장이 멈췄다.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쌍둥이 딸들은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아내는 의식 불명에 빠졌다.

이후 A 씨는 부모에게 딸들을 맡기고 아내 의식이 돌아오길 바라며 돌봤다. 한 달 뒤 아내는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았지만 심장이 멈췄던 당시 뇌가 심각하게 손상돼 지능이 4세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중증 장애 판정을 받은 아내는 남편인 A 씨만 알아볼 뿐이었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결국 A 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내와 쌍둥이 딸들을 보살필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아내가 똑똑했으니까 결국엔 아이들을 알아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을 질투하더라. 애들이 시끄럽게 굴면 때리려고 해서 6세가 된 딸들은 오히려 엄마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아내는 치매 증상까지 보인다며 "계속 집을 나가려고 한다. 얼마 전엔 비가 쏟아지던 늦은 밤 4차선 도로 한복판에 누워서 대소변 실수까지 한 상태로 울고 있었다. 밥을 먹고도 배고프다면서 울거나 고집부리는 일도 잦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아내의 출산 당일 의료 기록지를 확인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다. 그는 "병원 측에서 아내의 심폐소생술(CPR)을 15분 정도 늦게 했다. 의료 과실 가능성이 있어 병원에 얘기하니, 병원 측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필요하면 소송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빚까지 지고 있어 파산 직전이다. 소송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도 없다. 출산 사고 보상 제도가 있지만, 산모가 사망하거나 신생아가 뇌성마비 등 장애를 입었을 경우에만 적용돼 도움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는 아내를 장애인 시설에 맡기라고 하는데 저는 절대 그럴 생각 없다. 어떻게든 아내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